[미디어한국] 본지 자매지 서울시정일보의 주최 주관의 제3회 서울시민문학상 수상작의 9명의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전호에 이어서 여덟 번째 "우영숙" 시인의 1) 지우개2) 자투리 사회학  3) 밥 대령이오

"제3회 서울시민문학상"의 9분의 영혼의 의식에서, 마음에서 표출된 생로병사 희로애락의 오선 건반 위에서 율려로 퍼지는 언어의 춤을 감상한다.

우영숙 시인
우영숙 시인

●지우개

거울 속에서

낯선 얼굴이 나를 응시하고 있다

 

얼굴 속 굴곡과 요철은

더 갖으려고만 덤볐던 끝 간데없는

욕심과 현실 사이 불협화음의 흔적

 

울지 못하는 암매미처럼 입 붙이고 살아온

바윗덩이 같은 시간의 흔적들이 농축된

무게의 상형문자이다

 

내려놓고 살라는 진부한 얘기들은

스쳐 가는 흔한 말이라며 귓등으로 흘려보내고

열기와 냉기 사이 불안전 연소의 환절기 삶을 살았다

 

모래시계처럼 돌아오지 않을 시간은 흐르고

슬그머니 보태지는 나이 하나에 나이테만

한 겹씩 굵어지고 있다

 

내 안의 경보음이 울린다

 

살아온 날들에 느낌표 한 점 찍고

나침반과 풍향계가 가리키는 곳을 향해

내 삶도 조약돌처럼 둥글어지고 싶다

 

가지려고만 했던 흔적들을 지운다

 

●자투리 사회학

길거리 조각들을 모은다

 

세월의 무게를 실은 손수레가

느린 걸음으로 골목골목을 누빈다

 

누군가에게 버려진 누추들은

누군가에게는 살아가는 힘이 된다

 

한때는 자식들 손잡고

희망을 노래하던 날들이 없었을까

행복하다 노래하지 않은 날 있었을까

 

손끝에 와닿는 감촉이 섬찟섬찟할 때도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마음에

노인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진다

 

한 끼의 식사

누군가는 다이어트를 위해 굶고

누군가는 해종일 폐지를 주워야 한다

 

해는 뉘엿뉘엿 저물고

관절 마디마디가 투덜 대지만

손에 올려진 지폐 몇 장 동전 몇 푼

 

오늘 하루도 잘 견디었다고

내일 아침 끼니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내뱉는 긴 한숨이

가로등 불빛 사이로 흩어지고 있다

 

●밥 대령이요

 “오늘 아침 메뉴가 뭐야?”

 

식탁에서 보내는 기대에 찬 눈빛이 당당하다

아침은 간단한 커피와 빵이면 좋겠는데

여지없이 따뜻한 국과 새 반찬을 요구한다

 

그래, 아침부터 다투지 말자

타오르는 가슴속 잔불을 꺼내 지지고 볶아

거하게 한 상을 차렸다

(평생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 준다며?)

목구멍을 타고 넘는 말들을 누른다

한마디 말도 없이 먹고 있는 남편이 낯설다

 

날마다 미움과 사랑이 의무의 경계에서 줄타기한다

 

혼자 밥 먹으면 기운이 없다는 말이

귓전에서 윙윙거려 귀가를 서두른다

 

끼니때마다 빙점과 비등점을 오르락거리며

주상절리처럼 쌓아 올려진 힘듦 들이

화산 분출구 용암처럼 끓어오른다

(여보 나 힘들어요)

●우영숙 시인은 문학박사. 국제사이버대 특임교수인사동 시인협회 부회장.월간 신문예 • 시와 창작 • 삼강문학회 회원. 수상/ 월간 신문예 신인문학상 • 시와 창작 문학대상 • 탐미 문학상

●저서 등/ ⌜지우개⌟. ⌜한국현대시를 빛낸 시인들⌟    ⌜갈라파고스의 달빛⌟  ⌜K-poetry 평화의 날개 달다⌟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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