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한국] 본지 자재지 주최 주관의 제3회 서울시민문학상 수상작의 9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9분의 영혼의 의식에서, 마음에서 표출된 생로병사 희로애락의 오선의 건반위에서 율려의 언어의 춤을 감상한다.

오선 이민숙 심사위원장
오선 이민숙 심사위원장

●종합심사평: 심사위원장 오선 이민숙 시인

문학이라는 장르에 들어서서 가슴으로 길을 내고 마음으로 길을 찾아 글 밭을 일구어 내는 작가님들의

깊은 고뇌와 실랑이 속에서 비단 실을 한 가닥씩 뽑아 들고 작품을 짜는 웅숭깊은 생각이 빛을 발할 때 장인의 손에서 확장되고 빚어지는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각기 다른 깊은 사유를 촘촘히 담아 삶의 애환을 그려내는 작가님들의 소중한 작품을 정갈한 마음으로 읽어 내렸습니다

글의 짜임에서 점층법을 놓치고 혹은 어순이 어긋나는 작품 아쉽게도 문법이나 오타 혹은 행과 연의 기본적인 형식을 두루 놓친 작품은 내용은 좋아도 눈에서 멀어지고

단아한 함축 비유나 은유가 숨어 있어 깊은 사유가 따라 오고 감성이나 메시지가 잘 전달되는 글에는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먼저 서울시정 일보 추천 심사위원들이 모여서 1차 작품 선정을 하였고 다시 결정 짓는 과정을 거치면서 제3회 서울시민문학상 당선 작품을 발표하게 되어 기쁜 마음입니다.

김선영 시인
김선영 시인

(1)나무가 아니지 생각했어

-김선영-

가습과 추위에 약한 금전수 화분이

가게 안으로 들어 온 날부터 시작되었다

 

별일도 아닌 것에 쉽게 무너지지 말아야지

나약하게 흔들려도 뿌리 채 뽑히지 않을 거야

 

나는 나무가 아니지 생각했다

나무로부터 멀어지는 과정이 감각으로 구별되지 않았다

 

야채를 다듬는 일부터 시작해야지,

 

짓무른 속을 간신히 빠져나온 전율 보다 강한 떨림이 낱낱이 다져지고 있다

 

문이 열리고 손님들이 모여 어떤 농담을 늘어놓고

셋이거나 넷인 자리가 직접적으로 닿지 않는 시간에

 

뭘 훔쳐본 적 없는 나는 바깥 공기를 살피기 위해

주차장 쪽을 향해 한껏 진지한 표정으로 걸어갔다

 

낯익은 사람들이 가게 앞을 지나 갈 때 산책중이냐는 질문을 하고

대답 대신 테이블 위엔 눅눅해진 대기 번호가 나뒹굴고 있다

 

푸석해진 손을 펼쳐보았다

 

절묘한 타이밍은 반사적으로 움직이지

 

둥근 마켓은 이기적인 산수를 하고 어제 사온 깻잎이 시들어 가도

반복 재생으로 지루한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실직으로 무름 병에 걸린 후일담이 냄비 안에서 끓고 있다

 

거꾸로 솟구쳐야 직성이 풀리던 나는 더 이상 바깥으로 넘치지 않는다

 

거품으로 사라질 수면의 세계엔 무엇이 완성 될 수 있을까

존재 의식을 끌어 올려도 한가한 날엔 조바심이 생겼다

 

접혀있던 폴딩도어를 펼쳤다

 

좁은 틈사이로 느릿하게 공기가 순환 되고 있다

 

곳곳에 놓여 있는 화초에 물을 주기 시작했다

 

말라가는 떡잎으로 버티고 있는 나무 한그루

안쪽으로 잎이 말리다가 갈라진다

 

원하는 대로 바라는 대로 이루어질 거야, 뜻 말을 나무에 꽂아 놓았다

 

한 몸인데 누군가는 돈 나무라고 이름을 불렀다

 

규칙을 패턴으로 바꿔 말하면 공통분모가 새로운 세계로 진입할까

 

한 장면이 겹쳐지지 않아도 아침이 열리고

 

잠들어 본적 없는 계절은 순식간에 멀어진 체도로부터 뿌리를 내리고 있다

●회로도

메신저 검색 중

‘무미건조한 삶’

여섯 개의 음절로 너의 안부를 짐작하지

 

바코드를 찍으면 해체된 선에 닿을 수 있을까

쇼핑의 온도를 한 번 더 차단하면

행이 나뉜 것이 연결이 안 된다

 

95프로의 쇼핑을 보고 있는

나는 내가 왜 나 인가

 

검색창의 연결된 메시지는 대화의 기술이 필요해

 

쉼표가 없는 이야기의

끝말을 품으면 자취를 감췄던

둘 사이의 간격이 되살아날 것 같은데

 

어떻게 지냈냐고 설명하지 않아도

겹쳐지는 것들이 있다면

아직 내가 수신자가 될 수 있다고

 

무미건조한 삶

 

아직 못 빠져나온 마음이 거기 있는데

가장자리에 닿으려는 위로까지 버려야 할까

나를 닮은 너는 또 다른 감옥인데

 

시계초침은 감정선을 돌고 있어

 

●삶의 지평에 서서

달도 빛도 없는

길이 있었냐고 물었다

 

찢어진 날개를 추슬러

어둠의 시간을

짚어 가는 동안

반백년이 더 지났다

 

그칠 줄 모르는

벌레들의 울음소리

고장 난 악기처럼

멈추지 못하는

저 울림의 파장

 

이미 닫힌 말문

흐릿한 눈빛

얼마의 시간이 지나야

저 빛나는 삶의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까

 

지켜보는 자들의

마지막 서러운 전언

부디

나부끼는 이파리의

청정한 노래를 불러 다오

●약력. 전북 김제출생,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23년 전라북도 인물대상 (문학창작 공로부분) 대상 수상. 전국 나라사랑, 독도사랑 수필부문 최우수상, 제27회 영랑문학상 본상 수상, 제28회 순수문학상 본상 수상, 제22회 황진이문학상 본상 수상, 2021 국제화에 앞서가는 시인상 수상,

●저서

시집 『달팽이 일기』 『어디쯤 가고 있을까』 『시들 시들한 詩』

국영문시집 『향낭 속에 간직했던 시어가 꽃이 되다』

한국문인협회 이사,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 기독교문인협회 간사 및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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