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한국] 본지 자매지 주최주관 "서울시민문학상" 9명의 작품 중 전호에 이어서 이번 작품은 언어의 미학 일곱 번째로 박경선 시인의 수상작품은 "목련. 단절. 나의 라임 나무"다.

박경선 시인은 "목련"에서 제 상처 터트리며 생을 여는 첫사랑처럼 하얗게 등을 켰네.

"단절"에서는 언어의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빛내림을 응시. "나의 라임 나무"에서는 아파트 입주부터 동거한 벤저민 한 그루에서 나와 동그랗게 나이테 그리며 변함없이 푸름으로 서있네.

박경선 시인
박경선 시인

박경선 시인의 시세계로 들어가보자.

●목련 

꽃샘바람 머물다 간

정원 곳곳에

단단한 대지 심장 두드려

우윳빛 속살 열고

다소곳이 벙글었네

향연처럼 타오르는 아지랑이 

군무 속에

제 상처 터트리며 생을 여는 

하얀 목련

그 누구의 그리움이 저리도 

눈부실까

춘삼월 고운 햇살 단내 맡으며

수려하게 그려 낸

봄의 정물화

뭇사람 눈길 휘감는 

고혹적인 자태로

첫사랑처럼 하얗게 등을 켰네

 

●단절

어둠 속에 쏟아낸 언어들이 

뒤엉킨 채  문맥의 흐름도 없이 

천장에 빼곡하게 채워질 때쯤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빛내림을 응시합니다

무심히 흐르는

강물에 시선 멈추고

바람에 채색하는 순간이

깊어진다는 건

무의미함에 매몰되어

나만의 생각에 갇힌 단절입니다

기차 레일의 평행선처럼

조금은 먼 거리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는 일

그것이 아름다운 관계일까요

물방울이 풀잎에 굴러

또 다른 물방울을 만나면

영롱한 아침이슬이 된다지요

 

●나의 라임 나무 

베란다 창에 기대고 발돋움해

광합성에 의존하며 긴 세월 함께한

벤저민 한 그루 

반질반질 잎 닦아

정성 들여 보살피고

아침이면 눈 맞춤하며

입주의 설렘으로 시작한 동거지만

있는 듯 없는 듯 

구성원으로 스며들었을 뿐

어느 순간부터

집중되던 관심은 흩어지고

소외된 슬픔과 외로움 

눈물처럼 노란 잎으로 떨군다

30여 년 지난 지금

문득 떠올려 본 그의 존재

낡은 가구는 버려지고

새 둥지 찾아 

아이들 떠난 지 오래지만

나와 동그랗게 나이테 그리며

변함없이 푸름으로 서있다

●박경선 시인은 ◇경북 고령 출생 ◇부산시 문인협회 문학도시 ◇시 신인상 ◇부산시 문인협회 문학도시 ◇시조 신인상 ◇사상 문화예술인협회 정회원 ◇부산시 문인협회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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