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한국] 본지 자매지 서울시정일보의 주최 주관의 제3회 서울시민문학상 수상작의 9명의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9분의 영혼의 의식에서, 마음에서 표출된 생로병사 희로애락의 오선의 건반 위에서 율려의 언어의 춤을 감상한다.

전호에 이어서 이번 작품은 세 번째로 "이오동" 시인이다

이오동 시인
이오동 시인

1) 건조주의보. 2) 황사가 날아오는 날. 3) 점자 블럭

●건조주의보

도시는 날마다 회색 죽순을 피워

무채색 콘크리트 숲을 만든다

 

숲은 잎도 열매도 맺지 않는 불임의 제국

건조한 열기만 내뿜고 있다

일조권을 빼앗긴 골목길

그늘은 번식하고

햇살은 흔들리지 않는 숲에서 소멸한다

 

뉴스는

무채색 숲에서 깔리거나 떨어지거나

틈에 끼어 죽거나

어둠을 나열하고 각자의 불행을 확인한다

 

마음을 숨기고

중의적 표정으로 살아가는 날숨의 비린내들

계속되는 산불 경계주의보

내일 비 올 확률은 0,7%라는 TV 목소리

 

사막의 하늘이 도시로 날아온다

피톤치드가 사라진 거리

이소하지 못한 새들이 웅크리고 있다

 

●황사가 날아오는 날

창밖 풍경들이 흐릿하다

건물과 건물의 경계마저 지워진다

사막의 각질이 이곳까지 날아와 하늘을 점령하고

거리에는

입과 코를 가린 침묵이 지나간다

 

뉴스에는 연일

황사주의보 미세먼지주의보 건조주의보 산불주의보

사람들 머리 위로 주의보가 쏟아진다  

 

목소리로 사람을 낚는 보이스피싱

눈과 귀를 가리는 가짜 문자와 뉴스

 

우리를 보호하려는

위험주의보들이 끝없이 밀려온다

 

황사가 날아오는 날

마스크 한 장에 숨을 밀어 넣고

비상경보가 울리는 도시로 사람들은 밥을 벌러 나간다

 

우울한 봄날에도 꽃은 피고 있다

 

●점자 블록

노란색 점자 블록을 만났다

 

정작 흰 지팡이는 보이지 않고

사람들이 무심하게 밟고 지나간다

 

앞이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위해

구석구석 깔린 요철들

 

발바닥으로는 해독할 수 없는 이질감

캐리어 바퀴를 붙잡는  

오목하고 볼록한 안내서가 손목을 타고 오른다

 

세렝게티의 동물들처럼

한시도 마음 놓을 수 없는 길

곳곳에 눈먼 사람을 넘어뜨릴 덫이 숨어 있다

 

수많은 변곡점에서

안내견처럼 앞서 걷다가

분기점 앞에서 또 갈라지는 점자 블록

 

정지점인지 분기점인지

점과 선의 묵언을 마음으로 읽는다

 

도시의 길은 사람을 붙잡고 끝없이 번식한다

 

걸음마 배우듯 나도

떠듬떠듬 요철의 길을 해독해 본다.

●이오동 시인은 시인. 수필가. 시 낭송가. 모델. 한국문인협회. 계간문예. 인사동 시인협회 회원

수상 / 한중문화예술 특별상. 세계문화공로 대상(일본문화진흥회). 매월당 문학상. 대지문학 대상. 한용운 문학상 등

●시집 / ⌜엄마의 바다⌟. ⌜먼지의 옷⌟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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