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설명: 1963년 10월 15일 치러진 제5대 대통령 선거 포스터
사진 설명: 1963년 10월 15일 치러진 제5대 대통령 선거 포스터

[미디어한국]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데, 옆에 앉은 두 젊은 여자가 (40대 정도) 서로 맞장구를 치며 이재명을 나라와 국민을 새롭게 할 민족 최고의 대통령이라고 찬양한다.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러다 박정희를 욕하기 시작했다. 박정희 시대를 살아보지도 않은 젊은이들이, 마치 자신들이 혁명과 유신 반대 시위를 주도하다가 곤봉에 맞아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박정희가 죽였다는 수많은 시체를 직접 목격하고 거둔 것처럼, 거침없이 죽은 박정희를 욕했다.

그것도 얼핏 들으면 자신들이 직접 겪은 생생한 체험처럼, 박정희를 수많은 국민을 죽인 살인마이자 악독한 독재자라고 하는데, 이 정도는 뭐 그냥 웃으며 들어줄 만했다.

그런데 정말 경악할 일은, 세상이 아는 지구촌 최악의 독재자, 북한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미국에 맞서 민족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는 지도자라고 단정하는 것이었다.

살아온 시대가 다르고, 이념이 다르고, 지지하는 정파적 사고가 다름을 이해는 하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그녀들이 무서워졌다.

어쩌면 박정희가 아니었으면 태어나지도 못했을 사람들이, 다시 말해 박정희의 덕으로 태어나 잘 먹고, 잘 배우고,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박정희를 매도하고 욕하면서, 이재명과 북한의 세습 독재자들을 찬양하는 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그녀들이 무섭고 살아야 할 세월이 암담하게만 느껴졌다.

듣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들리는 그녀들의 이야기에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박정희의 시대를 몸으로 살아서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은 물론, 전두환과 김대중, 노무현을 거쳐 지금 이재명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녀들이 앉은 옆 테이블과의 사이는 절대로 건널 수 없는 강이었고, 그녀들은 마치 다른 나라, 다른 세상의 사람들처럼 보였다.

다음은 집으로 돌아와, 내가 나를 의심하며 다시 자료를 검색해 읽어본 1961년 5월 16일 군사 정변을 일으킨 박정희의 혁명 공약 6가지를 요약한 내용이다.

1, 반공을 국시의 제1원칙으로 삼고, 실질적 반공 태세 강화

2, 유엔헌장 준수. 미국 중심의 자유 우방과 협력 강화

3, 부정부패 척결과 도덕 재건

4, 민생고 해결과 경제 재건

5, 국토 통일을 위한 군사력 강화

6, 과업 달성 후 민간에 정권 이양

부연하면, 선입견과 편견을 버리고 당시의 실정을 보면, 세계사에서 유래가 없는 잔혹한 동족 살상의 6·25전쟁(1950~53)으로 국토는 사실상 폐허가 됐고, 국가의 경제력은 국민 1인당 GDP 100달러 수준의 절대 빈곤국으로, (해마다 굶어 죽는 국민이 수두룩했음) 재건의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적으로는 냉전 구도의 중심에서 군사적 대립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반공과 국가 경제의 재건은 국가 존립의 절대 관건이었음을 인지하고 보기를 바란다. 국민의 생존권이 걸린 것으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대와 국민의 과제였다는 사실이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이 6개의 혁명 공약을 오늘의 시각으로 보아도 국가와 국민을 동시에 살리는 묘약이다. 문제는 이 6개의 혁명 공약이 여전히 미완성이라는 것이다.

하여 재미있는 상상으로, 64년 전 혁명군이 내건 이 6개의 공약을 오늘, 2025년 대한민국으로 가져와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뿐만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으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여전히 국가와 국민을 살리는 보약이다. 내 생각이다.

1항은 시대도, 국력도, 사람도, 세상도 다 변했으므로 국시(國是)의 제1원칙으로 삼은 반공을 ‘공정과 투명성’을 국시의 제1원칙으로 삼는다고 바꾸자.

그리고 국가 존립의 절대 관건이었던 반공은, 국제사회에서 거세게 일던 냉전이 해체되었지만, 더욱 극단적으로 고착되고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 위협과 남북 대립을, 남북 공동 번영과 발전을 위한 평화 체제로 바꾸자.

2항 유엔헌장 준수와 자유 우방과 협력 강화는 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하면 될 것이다. 힘이 없던 과거처럼 뒤에서 따라가는 것이 아니고, 글로벌 협력과 평화를 국가 전략으로 삼아, 앞에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면서 이끌어 가자는 의미다.

3항 부패 척결과 도덕 재건, 즉 혁명의 명분이었던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와 무능, 그리고 만연된 사회악은 개선된 것이 전혀 없다.

오늘날 정치인들의 부정부패는 더욱더 조직적이고, 규모는 커졌으며, 일상화돼 버렸고 국민 의식은 무뎌졌다. 되레 내로남불로 특화되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치인들의 부정부패는(국회의원 특권, 로비, 권력형 부정부패와 비리 등) 국가 발전을 가로막고 국민을 절망시키는 약점이고 폐단이므로, 이것을 투명하게 바꾸고 실행하는 제도를 법으로 확립하자. 투명성과 책임 정치를 강화하자는 말이다.

4항 국민 1인당 GDP 100달러 수준의 절대 빈곤국으로, 산업 기반이 전혀 없어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생존이 다급한 과제였던 민생고 해결과 경제 재건을,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다운 시각으로 바꾸자.

국가 발전과 민생의 새로운 과제가 된 양극화, 청년실업, 부동산 문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면서 지속 가능한 미래지향적 국가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5항 국토 통일을 위한 군사력 강화, 즉 안보 딜레마 해결은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여야가 합의한 평화 협상 전략을 수립하자. 국민적 합의를 통해서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대북 정책을 확실하게 하자.

공산주의와 실력대결이 아니라, 국제사회와 협력해 전쟁 억지와 평화 체제 구축이 핵심이므로, 한반도 평화와 자주 안보 역량을 강화하면 될 것이다.

6항 과업 달성 후 민간에 정권을 이양한다는 약속은 당시도 지켜지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순탄하지 않다. 이를 투명하고 제도화된 민주주의로 확립하자.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이제야말로 정치가 진짜 혁명해야 할 때라는 말이다.

결론을 지으면, 우리는 64년 전 1961년 5월 박정희가 일으킨 혁명을 비난하기 전에, 태어나지 말아야 할 그 혁명이 왜 태어났는지, 그리고 그 시대 절대다수의 국민이 환호하며 박정희를 지지하며 대통령으로 선택한 이유를 직시해야 한다.

과거 혁명을 일으킨 박정희를 국민이 지지하며 대통령으로 선택한 일과, 2025년 6월 무능한 윤석열을 탄핵한 국민이 이재명을 지지하여 대통령으로 선택한 의미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64년 전에는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를 군인인 박정희가 바꾸었고, 2025년 이재명의 당선은 국민이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를 바꾼 것으로, 둘 다 혁명이다.

전자는 군인이라는 집단이 주도했고, 후자는 국민이 주도한 혁명이다. 국민이 주도한 탄핵과 정권 교체는 현대적 혁명이다. 차이가 있다면, 과거는 총이었고 오늘은 투표라는 점뿐이다.

이 둘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정치가 무능하고 기득권이 부패하면 역사는 언제든 비제도적 힘 즉 혁명을 부른다는 사실이다.

오늘의 우리 국민, 즉 한국 정치가 이 명확한 교훈을 잊는다면, 우리는 언제든 또 다른 이름의 혁명 공약을, 즉 탄핵과 정권 교체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오늘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국민의 잘못된 편견과 만연된 내로남불의 사고와 무책임한 정치가 민주주의를 죽이는 가장 큰 적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거와 현대를 보면, 민주주의를 망치는 것은 국민의 무관심이고, 민주주의를 죽이는 것은 부정하고 부패한 정치이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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