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종덕 교수 
사진. 김종덕 교수 

[서울시정일보] 금주의 초대수필이다. 김종덕 전 교수(전남대학교)의 수필 2025년 가을심상 편이다.

내가 사는 촌에는 가을맞이 뀌뚤이 노래 벌판을 가르는데

도시에는 사람들이 가을 마중 나섰구나

하얀 구름 날갯짓에 빨간 여름 멀어져가고

저 하늘도 노랗게 물들어 낙엽처럼 떨어질라

보고 싶은 사람도 억지로는 만날 수 없는데

속이 마르도록 기다려 온 손님은 말없이

높은 하늘로 다가섰네

그 반가움 무어라 표현 할 수 없어도

일 년 만에 다가서는 친구라기보다는

마음속에 숨겨둔 연인의 마음으로 왔다

어쩌면, 이 마음속에 흐트러져 모든 조각들을

나의 의견과는 관계없이 자신 뜻대로 모두 조립해 버릴 것 같다

그러고 난 후

나의 모든 일상을 지배하고 말 것이다

나는 여기에 반항하고 싶지 않다

모든 것이 자연에 따라 흘러가는데

나의 반항 정도야 쉼게 눌러 앉힐 것이다

그래도 좋다

나의 마음이 가을이고, 그만큼 하늘이 닳도록 기다려 왔으니까

나의 모든 체계가 가을의 의지에 따라 움직인다는 건

내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에 열매가 맺는 것은

나의 노력이라기보다 가을이 나에게 갖다준 선물일 것이다.

그래서 가을이 좋다

내 마음대로 흘러온 세월의 조각들이

깨어진 빈 병의 칼날같이

그 얼마나 나를 아프게 해 왔던가

이 파편들을 녹여 다시 밝게 빛나는 빛으로 조립하여

내 마음 깊은 곳에 묻어 준다면

세월이 가도 가을은 나의 눈동자에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저

기다려지는 친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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