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한국] 오늘의 초대 시 김선영 시인의 "씽크홀"를 초대한다.

김선영 시인의 초대 특집으로 3편 중 두 번째로 "싱크홀"이다.

혼돈에 광란의 사회에서 빛을 향한 시인의 무언의 함성.

그녀의 싱크홀 그것은 기억의 붕괴와 함몰이었다.

서기 2025년 을사년에 시간과 기억의 무시무종의 생사에서의 기억의 싱크홀이다.

인생은 망각의 동물이다.

수많은 삼색 신호등의 횡단보를 건너며 빨간 불에는 사랑의 구조 신호를 보낸다.

아스팔트 길. 기억의 싱크홀에서 시간의 틈새에서 도로에서 바라보는 파란 녹색 신호빛에 차로의 노란 경계선에

희망이야 사랑이야.

●싱크홀

도로가 말없이 주저앉았다

거대한 아스팔트가

하루 아침에, 바닥을 잃었다

출근길 사람들이 땅 아래로 빨려들었고

남들은‘함몰’이라 불렀지만

그것은 사실은‘기억의 붕괴’였다

 

디지털시계는 시간을 건너뛰었고

방송탑은 심박수를 수신했으며

빌딩 외벽엔 누구도 그린 적 없는 문장들이

하늘빛으로 새겨졌다

 

나 아직 여기 있어요

아홉 살인 내가 마흔 살의 나에게

구조 신호를 보냈다

 

지금 떨어지고 있어요

 

아침 8시 47분

도로는 기억보다 먼저 움직인다

회색, 셀 수 없는 타이어 자국

그 위를 나는 건너고 있다

 

신호등이 초록으로 변해도

아무도 출발하지 않는 순간이 있어

그건 기억이 함몰되었다는 증후야

 

자동차 급정거 소리에

나는 뒷목을 만지며 멈췄다

바닥, 바닥 아래

 

도로 포장 아래층, 더 아래

아홉 살의 내가 꿇어 앉아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여기야 여기 이 틈 너였어”

 

도시는 모른척한다

시간은 덧창을 치고,

굳은 표정으로

출근의 대열을 다시 정비하고,

발끝을 살짝 뜨는 순간

포토샵처럼

펑, 하고 지워지지만

 

나는 종종 균열을 느낀다

도로는 어딘가 미끄럽고

지도에는 없는 구덩이를 향해

차선은 조금씩 기울고 있다

 

기억은 다시 닫힌다

나는 멈춘 채로,

비상등처럼 깜빡이는 문장을

머릿속에 적는다

 

“이 함몰은 과거가 아니라

너 자신을 접힌 자리야”

●약력

김선영 시인
김선영 시인

□ 전북 김제출생,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졸업

□시집 『달팽이 일기』  『어디쯤 가고 있을까』 『시들 시들한 時』 국영문 시집『향낭 속에 간직했던 시어가 꽃이되다』 「봄날은 간다 (공저)외 다수」

□제27회 영랑문학상 본상 수상, 제28회 순수문학상 본상 수상,

□제22회 황진이문학상 본상 수상, poetry korea 2021 국제화에 앞서가는 시인 상 수상,

□제9회 전라북도 인물대상 (문학창작 공로부문) 대상 수상,

□제3회 서울시민문학상 대상 수상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

□기독교문인협회 간사 및 편집위원, 한국시인협회 회원, 동국문학인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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