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고 부패한 정치가 잃어버린 천 년의 지혜와 정신문화

2025년 10월 31일에서 11월 1일까지, 제32차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경주 화백컨벤션센터다.
2025년 10월 31일에서 11월 1일까지, 제32차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경주 화백컨벤션센터다.

[미디어한국] “정치는 권력의 싸움이 아니라 공존의 약속이다 — 신라 육부촌의 합의 정신이 오늘의 정치에 던지는 메시지.”

역사는 어떤 시선으로 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신라의 육부촌장(六部村長)은 단순한 마을의 대표가 아니었다. 

여섯 개 촌락의 대표가 모여 나라를 세울 때, 그 기틀은 힘의 지배가 아니라 ‘합의의 원리’였다. 서로 다른 혈연과 지역이 공존하며, 중요한 일은 모든 촌의 동의 아래 결정했다.

오늘날의 개념으로 치면, 그것은 일종의 ‘연방제’였다. 중앙이 명령하고 지방이 복종하는 구조가 아니라, 중심과 주변이 서로의 의사를 조율하며 하나의 나라를 이루어 갔다.

이 제도는 당시의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합리적 정치문화였다. 권력의 집중이 아닌 분산, 명령이 아닌 조정, 지배가 아닌 협력. 육부촌의 정치문화는 ‘화쟁(和諍)’을 통한 ‘화합(和合)’의 정신으로 유지되었다.

서로의 차이를 지우지 않고, 다름에서 조화를 찾는 정치였다. 그것은 원효의 사상에서 보듯, 진리의 길은 싸움을 없애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싸움을 통해 더 큰 깨달음에 이르는 데 있다는 믿음이었다.

이 정신은 오늘날에도 통한다. 지금의 정치는 끝없는 대립 속에서 길을 잃었다. 이념은 깃발이 되었고, 권력은 무기처럼 휘둘려진다. 국민의 피로와 냉소는 깊어만 간다.

하지만 이미 천오백 년 전, 신라의 육부촌은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되 합의를 포기하지 않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들에게 화쟁은 다름을 인정하는 용기였고, 화합은 공동체를 지켜내는 지혜였다.

다가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릴 2025 APEC 회의는 세계가 주목하는 자리다. 한반도의 오래된 수도, 신라 천 년의 심장인 경주는 인류 문명의 또 한 중심을 상징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이 회의의 주제를 ‘화쟁과 화합의 정치문화’로 삼는다면, 한국은 단순한 개최국을 넘어 새로운 정치철학을 제시하는 나라로 기억될 것이다.

서로 다른 문화와 체제가 대립하는 오늘의 세계에서, 신라의 합의 정신은 인류 보편의 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의 정치는 그 길을 보지 못한다. 썩어빠진 정당정치와 기득권의 탐욕은 여전히 자기 논리의 감옥에 갇혀 있다.

여야의 대립은 진리의 논쟁이 아니라 이해의 다툼으로 변질되었고, 국회는 국민의 의사를 모으는 곳이 아니라 당리당략의 전시장으로 전락했다.

말로는 국민을 외치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패거리 전쟁’에 불과하다. 이런 정치에 과연 ‘합의’의 정신이 살아 있는가.

신라 육부촌은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싸움의 끝을 반드시 ‘화합’으로 맺었다. 그들의 합의는 타협이 아니라 ‘공존의 이치’였다. 

오늘의 정치가 배워야 할 것은 바로 그 지점이다. 화쟁은 서로를 부정하지 않고 이해하려는 태도이며, 화합은 그 이해 위에서 세워지는 질서다.

이 단순한 진리를 모른다면, 아무리 제도를 고치고 법을 바꿔도 정치의 고질병은 낫지 않는다. 치유할 길이 영원히 없다.

정치는 권력의 경쟁이 아니라 공동체의 약속이다.

경주에서 열리는 APEC이 진정 신라의 정신을 잇는 자리라면, 이제 한국 정치부터 그 ‘화쟁을 통한 화합’의 지혜를 되살려야 한다.

“다름을 적으로 삼지 말고, 그 다름에서 진리의 중심을 찾는 것. 그것이 바로 신라가 천년을 이어온 힘이었고, 오늘 우리가 다시 배워야 할 정치의 본모습이다.

권력에 취해 길을 잃은 정치가들이 ‘화쟁과 화합’의 도리를 깨닫는 날, 그때 비로소 어둠의 시대는 끝나고, 지혜의 정치가 다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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