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한국] 엊그저께 23일 구례읍 장날 만나볼 사람이 있어 장에 갔다가 오는 길에, 큰길가에 좌판을 벌여놓고 참외를 파는 장사꾼이 갖가지 크기로 봉지에 담아둔 것들 가운데, 씻어서 한입에 먹기 좋은 작은 참외가 있어 사 들고 와서 봉지를 열어보니 썩은 것이 몇 개 들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유통과정에서 일어나는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장사꾼의 농간이 확실하기에 다시 가서 확인하고 현금으로 환급하려다가, 이건 좋은 거라며 건네주는 장사치의 말을 믿고 들고 와서 보니 아뿔싸 썩은 것들이 더 많았다.
다시 나가려다가, 썩은 나무는 뿌리를 파내고 다시 심어 기르면 되지만, 사람 썩은 것은 다시 쓰는 것이 아니라면서 혀를 차던, 어려서 들었던 할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나서, 그 장사치의 말을 믿고 확인하지 않은 내 어리석음을 탓하며, 화단 꽃나무들 거름으로 던져버렸다.
이건 참외가 유통과정에서 썩은 것이 아니고, 참외를 파는 장사치 마음이 썩은 것이라서, 가서 돈으로 바꿔 되돌려 받는다면 모를까, 다른 참외로 바꿔가라고 할 것이 빤한데, 마음이 썩은 사람이 파는 참외를 골라 바꾸어 온다고 한들, (농약을 비롯하여 유통관리 차원에서) 그 사람이 파는 참외를 더는 믿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 결정한 것이다.
나는 생과일을 좋아하고 사과든 뭐든 깨끗이 씻어서 껍질째 생긴 그대로 자연의 맛을 즐기는데, 싸고 비싸고를 떠나서 단골 가게에서 파는 크고 좋은 참외는 혼자서 손에 들고 먹기가 불편하기도 하고, 어려서 먹었던 작은 개똥참외 맛을 아는 터라, 설마 하며 작은 것들로 채워진 한 봉지를 산 것인데,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도 이미 한 번 바꾸었고, 다시 가면 두 번을 바꾸는 것인데, 역설적으로 두 번이나 고객을 속인 마음이 썩은 장사치가 나쁘지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을 속은 내가 더 어리석은 것이라서, 여기서 내 어리석음을 인정하고 반복하지 말자며, 참외를 창밖 화단의 거름으로 버렸다.
사실은 양심은 고사하고 마음까지도 썩어버린 장사치와 그런 인간에게 두 번이나 속은 나를 각각으로 판단하면, 진짜 마음마저 썩은 나쁜 놈과 그런 놈에게 두 번이나 속은 어리석은 놈으로 쉽게 분별이 된다.
그런데 장사치와 나 둘을 동시에 놓고 다른 시각으로 판단하면, 장사치는 자기 수단에 성공해서 돈을 벌었을 뿐이지만, 믿지 말아야 할 머리 검은 짐승을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믿다가, 돈과 시간을 허비하면서 기분까지 망친 진짜 바보가 나였기에, 이것으로 여기서 끝내고 더는 바보가 되지 말자는 나의 결정이었다.
오늘 오후 창가에 서서, 붉은 장미꽃이 만발한 뜰을 바라보다, 썩은 참외들이 풍기는 달콤한 냄새에, 온 동네 파리들이 날아와 들끓는 것을 보고 있으려니, 참외나 사람이나 썩은 것들은 어쩔 수가 없다는 생각에, 삽으로 흙을 퍼다가 묻으니, 보기 흉한 파리 떼가 사라진 화단에 오월 볕이 좋다. 참 좋다.
창가에 서서 파리들이 사라진 화단을 바라보다가, 문득 내가 겪은 이 상황을 정치판으로 옮겨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재명과 김문수 둘을 놓고 누가 진짜 나쁜 놈이고, 어리석은 놈이냐는 결론은 이미 나 있고, 국민 누구나 아는 일이다. 한마디로 나쁜 놈은 이재명이고 어리석은 놈은 김문수(역사가 판단할 일)다.
그런데 시각을 달리해서, 진짜 썩은 놈 마음까지도 썩은 놈이 누구냐를 여론조사에 부친다면, 어떤 결론이 날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또 하나 민주당과 이재명, 국민의힘과 김문수를 한 묶음으로 묶어서, 진짜 썩어서 다시 쓰지 못할 집단과 놈을 가리는 여론조사를 하면, 국민은 어떤 판단을 할지 궁금해진다. 물론 영호남은 제외하고 서울과 경기도 지역에서 가려보면 재밌을 것 같다.
어떤 결론이 날지 알 수는 없지만, 이제 시작된 6.3 대선 투표에서, 국민 각자는 자신들이 판단하는 진짜 썩은 놈, 사람 썩은 놈, 양심도 없고 마음도 썩어버린 놈이 누구인지를 잘 가려서, 침몰하고 있는 국가와 민생을 살려내는 투표를 하기 바란다.
봉성산(鳳城山) 門이 없는 門 허허당(虛虛堂)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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