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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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한국] 날마다 봉성산 허허당에서 바라보는 지리산은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섬진강은 어느 손에도 붙들리지 않는다. 때때로 골짜기를 메운 안개는 조용히 걷히고, 해와 달은 저절로 알아서 뜨고 진다. 모든 것이 늘 제 자리에 있어도 아무런 탈이 없다.

그러나 정치판은 다르다. 항상 패싸움이고 시끄럽기만 하다. 작금 민주당이 국민을 상대로 극단적인 편 가르기에 골몰하면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두고 벌이는 협박과 모욕적인 인신공격을 보고 있으려니 그저 말문이 막힌다. 하는 짓들이 정치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다.

법은 본디 바람과 같다. 바람은 한쪽에서만 불지 않고, 사방에서 불어 모든 것을 스쳐 지나간다. 그래서 사람은 그 바람 속에서 평등하다.

누구의 집 창문에도, 누구의 얼굴에도 같은 바람이 닿는다. 법이란 것도 그래야 한다. 특정한 정당의 편이 되어서는 안 되고, 특정한 사람의 이익을 위해 쓰여서도 안 된다. 그러나 지금의 정쟁은 법의 바람을 가두어 두려고 한다. 자기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창고에다 가두려고 한다.

사법부는 마치 산의 샘물과 같다. 흘러내리는 맑은 물은 온 산을 살린다. 사슴도 새도 그 물을 마시고 사람도 그 물을 마시며 산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 그 샘물을 오염시킨다면, 온 산이 더러워지고, 사람들은 살길을 잃는다.

민주당은 지금 그 샘물을 독점하려고 한다. 샘물이 특정 정치 세력에 점령되면 그 피해자는 국민 자신인데, 침묵하고 있는 국민이 이상하다. 민주당과 국민 모두에게 최악의 자충수가 될 것이며, 대가는 혹독할 것이다.

법이 특정 세력에 갇히고 권력의 소유가 되는 순간이 난세의 시작이다. 예나 지금이나 나라가 망하고 국민이 도탄에 빠지는 전조는 특정 권력이 법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자기들 마음대로 법을 만들어 휘두르는 것이 시작임을 안다면 작금의 우리 현실이 얼마나 위기인지를 잘 알 것이다.

산에서 흔히 보는 일이다. 나무는 뿌리를 깊이 내리고,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꺾이지 않는다. 뿐만이 아니다. 흘러내리는 흙을 붙들어 산을 유지하는 것이 나무의 뿌리다. 법 또한 그러해야 한다.

흔들리는 정쟁의 바람 속에서도, 뿌리 깊은 나무처럼 꿋꿋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회는 금세 흔들려 버리고, 힘없는 민생들은 어디에도 기댈 수 없게 된다.

저들이 제아무리 뭐라고 하여도 정치란 본래 잠시의 권력 다툼일 뿐이다.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는 과정이고 수단일 뿐이다. 지금이야 권력을 잡은 민주당 의원들이 천년만년 누릴 것처럼 기고만장이지만 꽃이 피고 지듯, 한철 한때의 일이다.

그러나 법은 세대를 이어 지켜야 할 질서이며, 나무의 뿌리와 같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뿌리를 무너뜨리겠다며 도끼를 들고 아우성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결국 자신들이 설 땅마저 사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날마다 내가 사는 봉성산은 늘 말한다. “나는 누구의 편도 아니다. 그러나 나를 존중하지 않으면, 너희는 이 땅 어디에서도 살아갈 수 없다고”….

국가의 법 또한 그렇다. 그것은 정치의 도구가 아니라,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질서다. 그 질서를 존중하는 것은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자연의 이치다.

예나 지금이나 가장 좋은 정치는 자연의 순리와 이치를 정치로 펴는 것이다. 바람은 모두에게 불고, 샘물은 모두를 살리며, 나무의 뿌리는 땅을 붙든다. 법 또한 그러해야 한다. 그 단순한 진리를 거스른다면, 그 끝은 늘 가혹한 파멸이 있을 뿐이다.

권력은 한때 잠깐이지만 법은 길고 굳건하다. 권력은 항상 탐욕에 흔들리지만, 법은 흔들리지 않는다.

아직은 양심에 따라 법대로 법을 지키고 있다고 자부하는 판사와 검사들이 더 많은 대한민국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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