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한국] 시인은 밤에는 시를 쓰고 낮에는 농사를 짓는다.

작년에는 열무 농사 실패 유기농 채소를 얻으려다

열무가 벌레들에게 폭탄을 맞았다. 올해는 유튜브를 보고 공부를 많이 했다.

벌레는 계핏가루를 싫어한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

경동시장에 가서 계피를 사고, 분쇄했다.

땅에 계핏가루를 뿌려주니 올해는 열무 농사 대성공

오늘 그 열무로 김치를 담았다.

몸이 편찮으신 어르신께 드릴 나눔 김치도 따로 담아놓았다.

물끄러미 열무김치를 바라보니 시 한 편이 떠오른다.

●푸른 내어줌 / 이효

한 줌 흙을 머리에 이고

돋아난 푸른 물결

출렁이는 춤사위가 바람인가

 

씻기고 다듬어

소금물에 몸을 절여주니

푸르름은 녹아내리고

 

붉은 빛깔과 향을 버무려

항아리에 침묵을 담는다

 

식물의 길도 십자가의 길인가?

끝내 자아를 내어주고

다른 생명을 일으키는

 

오늘도 한 그릇 열무김치 앞에서 묵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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