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언 시인(전 장관)
박철언 시인(전 장관)

[미디어한국] 한국시인들이 웨일즈의 시인 딜런 토머스를 기리는 국제 문학 기념일, 딜런 데이(Dylan Day, 매년 5월 14일)를 맞아 기획된 예술적 창작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탈리아 토리노 시에서 주최하는 ‘빛나는 등불의 딜런토머스데이 2025(Shining Lanterns for DylanDay 2025)’ 축제 행사에 ‘한국세계문학협회(Poems selected by Kang Byeong-Cheol, Korean Association of World Literature)’ 섹션이 마련되었다. 박철언 전 장관의 시와 한국세계문학협회 이혜선 회장의 시를 소개한다.

●달(月)을 향한 연가

-靑民  박 철 언-

차오르는 마음 담아

그리움이 되었다가

사그라지는 마음 담아

외로움이 되었다가

스러져 가는 빛의 아픔에도

차오르는 빛의 설렘에도

그대 미소 닮은 그윽한 표정으로  

매일 밤 따라오는 달

흐린 날씨나 바쁜 일정으로

널 놓친 밤도 있지만

언제나 꿈속까지

온화하게 떠오르는 너

윤기 잃은 삶 한 가운데

어둠 속에서도

생기와 희망으로

고요히 빛나니

이미 축복이다  

날마다 그리움이다  

●A Serenade to the Moon

A swelling heart

turns into longing,

A waning heart

fades into solitude.

 

Even in the pain of a dimming light,

even in the thrill of a rising glow,

with a tender expression

resembling your gentle smile.

The moon that follows every night.

 

Though on cloudy days or in busy hours

there were nights I missed you,

you always rise

softly, even in my dreams.

 

In the midst of a dull and weary life,

even in darkness,

you shine quietly

with vitality and hope.

 

You are already a blessing.

You are longing itself, reborn each day.

‘빛나는 등불의 딜런 토머스 데이 2025’에 ‘달(月)을 향한 연가(A Serenade to the Moon)’ 시 작품을 등재(登載) 한 박철언 전 장관은 1960년 경북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65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서 법학 학사(BA)를, 1969년에는 같은 대학 사법대학원에서 법학사(LLB)를 취득하였다. 이후 1976년부터 1977년까지 미국 조지 워싱턴 대학교와 조지타운 대학교 법학대학원에서 연수를 받았으며, 1990년에는 한양대학교 법학대학원에서 법학박사(LLD) 학위를 받았다. 1991년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딕킨슨 대학교로부터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1987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사회복지통일연구원과 대구·경북발전포럼의 이사장직을 맡고 있으며, 2001년부터는 변호사로, 1995년부터는 시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쳐 2006년 3월부터 2011년 2월까지 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에서 석좌교수로 재직했으며, 2000년 6월부터 2001년 9월까지는 미국 보스턴 대학교 아시아경영대학원(AIM)에서 방문교수로 활동했다. 그는 1972년 검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이후, 1980년부터 1985년까지 대통령비서실에서 근무하였고, 1985년부터 1988년까지는 국가안전기획부장 특별보좌관으로 일했다. 이어 대통령 정무특보(1988-1989), 정무장관(1989-1990), 체육청소년부 장관(1990-1991)을 역임했으며, 제13대부터 제15대까지(1988-2000) 국회의원으로 활동하였다. 특히 1985년부터 1991년까지는 북한, 헝가리, 체코, 소련, 중국, 베트남, 라오스 등 당시 수교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국가들을 수십 차례 비밀리에 방문하며 북방정책과 통일정책을 실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93년 김영삼 정권에서 투옥되어 1994년 9월까지 수감생활을 하였다.

그는 여러 차례 훈장을 받았으며, 1980년 국가안전보장 훈장 천수장, 1990년 청조근정훈장, 2019년에는 헝가리로부터 공로훈장을 수훈하였다. 그는 박사학위 논문인 『언론의 자유와 국가안보의 갈등과 조화에 관한 연구』를 비롯해, 『변화를 두려워하는 자는 창조할 수 없다』(1992), 『4077일의 방문』(1995), 『감옥에서 토해낸 통한』(1998, 일본어판), 시집 『작은 등불 하나』(2005), 『진실한 역사를 위한 증언 1·2권』(2005), 『따뜻한 벗을 위한 기도』(2011), 『바람이 잠들면 내가 말하리라』(2014), 『사는 것이 바람이다』(2018) 등을 출간하였다.

이혜선 시인
이혜선 시인

●불이不二*, 그대 안의

                           - 이혜선 -

무의 시간 깎다가 빗나간 칼이 손바닥을 깊숙이 찔렀다

뼈가 허옇게 드러나고 피가 멎지 않고 흘렀다

 

손이 퉁퉁 부어, 마음도 덩달아 부어올라

눈도 코도 귀도 없는 밤이 영원히 계속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갇힌 창 안쪽에서, 부기 빠진 상처가 딱지를 만들며

제자리를 잡아갔다

 

그 뒤로 나는

가슴에 구멍이 숭숭 뚫려도, 아무리 어둠이 짙어도

바깥에서 부는 꽃바람, 먼 곳의 별빛을 기다리지 않는다

 

‘자신을 등불 삼고 법을 등불 삼아’**

촘촘한 시침時針의 그물을 짠다

내 안의 바다 깊푸른 수심에 빛의 두레박줄을 풀어놓는다

 

저 깊은 뿌리에서 연초록 새싹이, 기쁨의 꽃 한 송이가

피어오를 때까지 숨을 고르며

너와 나의 빛, 두레박줄을 당긴다

*불이不二: 분별이 없고 차별이 없는 세계. 너와 나, 있음과 없음, 삶과 죽음, 미와 추가 다르지 않고, 하나와 나머지 여럿의 관계는 근원적으로 둘이 아니며 관계의 그물망 속에 존재한다는 연기론적 관점.

**自燈明 法燈明: 부처님 열반할 때 제자에게 남긴 마지막 가르침.

●Non-Duality, the Light Within You*

 While shaving down the hours of nothingness,

a wayward blade pierced deep into my palm, bone laid bare, and blood flowed endlessly.

 

My hand swelled thick, and my heart swelled with it.

A night with no eyes, no nose, no ears stretched on, endlessly.

 

Then one day, from within the locked window,

the swollen wound began to crust,

slowly finding its place.

 

Since then, even when holes yawn open in my chest,

no matter how deep the dark becomes,

I no longer wait for flower winds from outside or starlight from afar.

 

“Be a light unto yourself, be a light unto the Dharma”**

I weave the tight net of the ticking hour hand, and lower the bucket rope of light

into the deep blue depth of the sea within me.

 

From that deep root, a tender green sprout,

a single flower of joy rises—and as I catch my breath,

I draw up the bucket rope of your light and mine.

* Non-duality (不二): A world without discrimination and differentiation. From the perspective of interdependence, you and I, existence and non-existence, life and death, beauty and ugliness are fundamentally interconnected as one.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one and the many is essentially non-dual, existing within a web of relationships.

** “Be a light unto yourself, be a light unto the Dharma”: The Buddha’s final teaching to his disciples before his passing.

‘빛나는 등불의 딜런 토머스 데이 2025’에 시 「불이不二*, 그대 안의 빛(Non-Duality, the Light Within You*)」을 등재한 이혜선 한국세계문학협회 회장은 1950년생으로, 사단법인 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그녀는 1981년 『시문학』 추천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는 『불로 끄다, 물에 타오르다』, 『흘린 술이 반이다』, 『운문호일雲門好日』, 『새소리 택배』(2016년 세종우수도서 선정), 『바람 한 분 만나시거든』, 『나보다 더 나를 잘 아시는 이』, 『神 한 마리』 등이 있다. 저서로는 『이혜선의 시가 있는 저녁』, 『문학과 꿈의 변용』, 『아버지의 교육법』 등이 있으며, 『코로나? 코리아!』를 엮기도 했다.

그녀는 윤동주문학상, 한국현대시인상, 한국예총예술문화대상, 비평가협회평론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동국대학교 외래교수,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문화체육관광부 문학진흥정책위원 등을 역임하며 활발한 문학 활동과 더불어 문화정책 분야에서도 기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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