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칼럼] 봄밤에 읽어보는 상촌 신흠 선생의 참과 거짓을 가리는 글
[섬진강칼럼] 봄밤에 읽어보는 상촌 신흠 선생의 참과 거짓을 가리는 글
  • 박혜범 논설위원
  • 승인 2021.04.09 0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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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봉

[미디어한국] 4,7보궐선거에서 국민적 심판으로 충격적인 참패를 당한 민주당 지도부가 총 사퇴를 하고 새로운 비상대책위가 나서 수습과 혁신을 하겠다고 하는데, 비상대책위의 면면들을 보거나 여기저기서 여전히 쏟아내고 있는 남 탓하는 소리들을 들어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다.

다음은 “한국고전번역원”에서 번역한 조선 4대 선비 가운데 한 사람인 상촌(象村) 신흠(申欽, 1566~1628)선생의 “참과 거짓을 가리는 글” 핵위편(覈僞篇)이다.

아마도 읽다보면 예나 지금이나, 그러니까 조선 최악의 불운한 시대였던 임진왜란 전후 당시의 썩어빠진 정치와 지금의 썩어빠진 내로남불의 정치가 다르지 않음에 씁쓸한 미소를 지을 것이다. 

=핵위편(覈僞篇) 참과 거짓을 가리는 글=

흰 것을 희다고 한 것은 참이고 흰 것을 검다고 한 것은 거짓이다. 그 참과 거짓은 어린아이도 즉시 알 수 있으나 소경은 알 수 없고, 쇠북을 쇠북이라고 한 것은 참이고 쇠북을 경쇠라고 한 것은 거짓이다.

그 참과 거짓은 어리석은 사람도 곧 분변하지만 귀먹은 자는 알 수 없는데, 가린 바가 있기 때문에 현혹되는 것이다.

작게 가려지면 작게 현혹되고 크게 가려지면 크게 현혹되는데, 작게 가려진다는 것은 흑백 또는 쇠북과 경쇠의 유이며, 크게 가리려진다는 것은 천하 국가의 기틀이다.

어진 이를 간사하다고 하고 간사한 사람을 어질다고 하는 것이 거짓이니, 흰 것을 검다 하고 쇠북을 경쇠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임금이 더러 깨닫지 못하기도 하는데 심하면 왕망(王莽)이 주공(周公)인양 위장하자 왕망의 거짓된 덕을 칭송하는 자가 날마다 나오고, 조조(曹操)가 문왕(文王)인양 위장하자 조조의 거짓된 공렬을 추대하는 자가 날마다 이르렀으며, 환온(桓溫)은 이윤(伊尹)ㆍ곽광(霍光)으로 위장하고 유유(劉裕)ㆍ소연(蕭衍)은 탕(湯)과 무왕(武王)으로 위장하였으니 거짓의 해를 어떻게 다 말할 수 있겠는가.

거짓으로 일을 이룬 자는 또한 남에게도 거짓으로 모함하기 때문에 이고(李固)ㆍ두교(杜喬)는 참으로 곧은 신하였는데도 반역으로 덮어씌워 죽였고, 이응(李膺)ㆍ범방(范滂)은 참으로 바른 사람이었는데도 불순으로 꾸며 죽였고, 악무목(岳武穆)은 참으로 충신이었는데도 ‘이럴 수 없다.’는 말로 덮어씌어 죽였고, 조여우(趙汝愚)는 참으로 국가에 몸을 바칠 만한 신하였는데도 역모를 했다고 덮어씌어 죽였고, 정이천(程伊川 정이(程頤))ㆍ주고정(朱考亭 주희(朱熹))은 참으로 큰 어진 사람인데 가장된 학문으로 몰았으니, 이는 참으로 무슨 심보인가.

임금이 그 거짓을 분간하려면 그리 심하게 거짓을 부리지 않았을 때 해야 한다. 거짓이 심해지면 반드시 이윤ㆍ주공ㆍ곽광ㆍ문왕이 되기 마련이며 거짓이 극도에 달하면 반드시 탕 임금ㆍ무왕이 되기 마련이다. 임금이 한창 참으로 망하기에 바쁜데 어떻게 그들의 거짓을 분간하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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