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미술관에 이어 함양문화예술회관 전시
[미디어한국 조승희 기자] 도예가 이홍경은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 보냈던 공간 ‘덕암지’ 주제로 함양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도예가로, 지난 4월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에 이어 5월 함양문화예술회관까지 순회 개인전시가 성황리에 개최가 되었다.
대학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전국 공모전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남다른 손재주와 감각이 있던 이홍경이 도예의 길에 접어든 것은 졸업 후 고향 함양에 돌아오면서부터다. 함양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며 도자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그는 거창에도 미술학원을 열고 함양과 거창을 오가며 활동하기 시작했다.
거창종합사회복지관에서 주부들을 대상으로 도예수업 진행한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도예가로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07년 경남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동상을, 전국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특선을 잇따라 수상하면서 받은 상금으로 작업실에 전기가마를 들였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흙을 빚고 색을 입히다, 염료 공부를 위해 2년 동안 대전을 오가며 도자기 핸드페인팅을 배우기도 했다. 함양 · 거창 오가며 도예수업 및 미술교육을 하고 있는 도예가 이홍경은 수동면 상백리 골목에 위치한 고즈넉한 한옥집에서 태어났고 현재 작업실이 그 생가다.
매년 봄 이맘 때가 되면 푸릇하게 옷을 갈아입은 잔디와 붉게 핀 자목련이 한옥의 정취를 더하는 공간. 이곳에서 흙을 빚고 삶을 빚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지곡면 덕암지에서 보낸 가족과의 추억을 담아내었다
가족의 추억 담긴 ‘덕암지’는 도예가 이홍경에게 남다른 곳으로, 산과 논밭으로 둘러싸인 작은 저수지 곁, 자연 말고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산골마을이었지만, 지곡면 개평마을 출신인 남편(노종환)이 손수 지은 집에서 아이들과 맨발로 논둑길을 산책하고, 온몸으로 함께 비를 맞기도 했다.
겨울엔 눈사람을 만들고, 벽난로 옆에서 손뜨개를 해 아이들을 입혔다. 소소한 일상의 평화로 물들었던, 가족들과 사랑으로 충만하고 가장 행복했던 공간으로 세월을 함께 행복한 추억들을 만들어 왔다.
도예가 이홍경은 “15년 동안 살았던 덕암지에서의 추억은 살면서 겪는 크고 작은 일들 속에서 묵직하게 나를 잡아주는 힘이 됐다”며 “덕암지에서 지낸 시간은 삶의 가장 큰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작업했던 작품 대부분은 ‘덕암지’를 주제로 하고 있다. 앞서 여러 차례 단체전에서 선보였던 작품들도 덕암지와 관련돼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그간 선보였던 덕암지 작품을 총망라해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불어 새로운 작품까지 더해 그의 내면에 크게 자리하고 있는 덕암지에서 삶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번 진행되는 순회 개인전의 특이점으로 지금껏 보여준 적 없었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딸과 아들이 어렸을 때 썼던 그림일기와 옛 사진 70여 점을 모아 전사본을 뜨고, 이를 헝겊처럼 곡선을 살린 도자에 얹어냈다. 또한 그가 덕암지에서 만들었던 손뜨개 작품을 도자로 표현해냈다. 손뜨개 작품에 풀을 먹여 빳빳하게 만들고 점토에 붙여 누른 뒤 석고로 본을 떠서 작업했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흙으로 뜨개의 느낌을 재현한 독특한 작품이다. 그리고 30년 가까이 거창군 샛별초등학교에서 도예수업으로 시작했는데, 현재는 미술교육 전반을 담당하면서 미술 전담교사로 아이들과 다양한 미술활동을 하며 작품을 만들며 “아이들 만나면 에너지를 받고 동심으로 물든다”며 “미술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변화하는 걸 보면서 정서 발달의 바탕이 되는 미술·음악 등 예체능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도예작가 이홍경의 작품세계를 정리해 본다면 덕암지의 고요한 물결과 자연의 숨결을 흙 위에 새겨내는 도예가로 이번 전시에서는 망사와 직물의 결을 닮은 흙 조형을 통해, 도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한다. 부드럽고 섬세한 레이스의 형태를 흙으로 직조해내며, 자연과 인간의 손길, 시간의 결을 동시에 담아낸다.
전통적인 도자의 용기 개념을 넘어, 흙이라는 재료의 새로운 조형성과 조형미를 선보인다. 특히, 흙의 찰나적 순간을 레이스 같은 형태로 고정시키며 자연과 불, 시간의 흔적을 은은하게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덕암지 일대의 산과 나무, 저수지의 물결 등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마치 아동화 같은 천진난만한 형태에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노란색 등 쨍한 색감이 특징이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어린아이의 동심이 느껴진다. 각이 정확하고 마감이 딱 떨어지는 정형화된 형태가 아니라 울퉁불퉁 곡선이 살아 있도록 자연스러움을 살렸다. 이번 작품들을 통해 관람객은 흙이 가진 따뜻한 질감과 섬세한 조형미, 그리고 공간과 빛의 대화를 경험하고 관객들과도 서로소통하는 추억을 담는 시간들 이다.
*이홍경 작가 약력
- 1970년 수동면 상백리 출생
- 상내백초등학교(폐) 졸업
- 안의중 · 안의고 졸업
- 계명대학교 공예과 전공
- 샛별초 미술 전담교사
- 홍세라믹 스튜디오 대표
- 옥계풍류 회원
- 남천도자 핸드페인팅 회원
- 개인전 및 전시기획 21회, 그룹전 단체전 33회
*순회 개인전 일정
- 4월23일~29일 경인미술관 제5전시관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11-4)
- 5월2일~7일 함양문화예술회관 제2전시실 (함양읍 필봉산길 55)
*작가의 말 中
따스한 봄 햇살에
크게 기지개를 켜본다
하늘 아래 매발톱꽃
창밖에는 담쟁이
노박 덩굴 늘어지고
물가에는 노란 꽃창포
바닥에는 네잎클로버와 고마리
참다래나무 덩굴 어우러진 길목에는
연두빛 오디가 주렁주렁 달렸다
벽오동나무 하늘로 오를까나
선선한 봄바람
굴참나무 여린 잎에 스며든다
사계절 꽃이 피고 지는 그곳!
내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
덕암지의 기억을 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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