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칼럼] “지금, 이 순간 행복할 것” 이보다 더 좋은 순간은 세상에 없다
[섬진강 칼럼] “지금, 이 순간 행복할 것” 이보다 더 좋은 순간은 세상에 없다
  • 박혜범 논설위원
  • 승인 2024.01.11 0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 설명 : 구례읍 오거리 카페 허밍 입간판에 써 놓은 “지금, 이 순간 행복할 것”이라는 글귀다.
사진 설명 : 구례읍 오거리 카페 허밍 입간판에 써 놓은 “지금, 이 순간 행복할 것”이라는 글귀다.

[미디어한국 박혜범 논설위원] 예로부터 농반진반으로 전하는 “애통(愛痛)과 치통(齒痛)은 돌부처도 못 참는다.”라는 이 말의 의미를 곱씹어 보면, 마음으로 겪는 심리적인 아픔인 사랑의 고통과 육신인 몸으로 겪는 이가 아프고 시린 고통은 그만큼 참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딱히 언제부터였는지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언제부터인가 어금니 하나가 아팠다. 뭐 그러다 낫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보냈는데, 이제는 밥은 고사하고 튀밥을 먹어도 아프고 물만 마셔도 아팠다. 한마디로 찬바람만 들이켜도 아파서, 여간 신경이 거슬리는 일이 아니었다.

살아오는 내내 몸과 마음에서 이는 통증에 이골이 난 인생이지만, 더는 안 되겠다 싶고. 괜한 생고생을 하면서 병을 키우겠다 싶어서, 오후에 주섬주섬 옷을 걸쳐 입고 늘 오가는 길목 구례농협 앞에 있는 박치과에 갔다.

이가 깨졌는데 몰랐느냐고 젊은 원장 선생이 묻기에, 고기 뼈다귀는 고사하고 멸치 갈비도 뜯은 일이 없었다고 하였더니, 그럴 수 있다며 웃는다.

걱정할 일 아니라고, 깨진 이를 때우고 복구하면 되는 일이라며, 뚝딱 치료를 끝낸 후 잠시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원장 선생의 말에 그대로 누워있는 잠시, 이도 나만큼이나 늙었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만 하였다.

그동안 물마저도 조심조심 마셨던 터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카페 허밍에 들러, 텁텁한 입을 헹굴 겸 시험 삼아 커피 한 잔을 시켜 마시면서 살금살금 (물을) 씹어보니, 마취를 한 것도 아닌데, 시리고 아팠던 통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없다.

진즉에 갔으면 생고생하지 않았을 일인데, 괜히 미련을 떨며 고생을 사서 했다고 자책하며 카페를 나오다, 주인이 입간판에 써 놓은 “지금, 이 순간 행복할 것”이라는 글귀가 새삼스럽기만 하였다.

찰나의 한순간도 머무름이 없이 언제나 쉼 없는 하늘처럼, 지금 바로 지금 행하여 나가라는 혜철국사의 가르침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정작 나는 나에게 그러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할 것” 이보다 더 좋은 순간은 세상에 없는 것인데, 이것이 지금 바로 지금이라는, 날마다 오는 하루를 사는 지혜이고 이유인데, 나는 진즉 치과에 갔어야 할 일을, 차일피일 미루며 게으름을 피우다, 겪지 않아도 될 치통을 앓은 바보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