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칼럼] 교실에서 자살한 서이초교 여교사의 사건과 반응하고 있는 교직 사회를 보면서
[섬진강칼럼] 교실에서 자살한 서이초교 여교사의 사건과 반응하고 있는 교직 사회를 보면서
  • 박혜범 논설위원
  • 승인 2023.08.05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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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뉴스에 보도된 서울 서초동 서이초교 정문 모습이다
사진 설명 : 뉴스에 보도된 서울 서초동 서이초교 정문 모습이다

[미디어한국 박혜범 논설위원] 지난 7월 중순 장맛비가 몰고 온 보기 드문 폭우로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 침수를 비롯하여, 온 나라가 물난리 속에서, 수많은 이재민과 인명의 피해가 발생했을 때, 두 젊은 남녀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다.

7월 18일 오전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서울 서이초교 여교사(2000년생 23세)의 자살과 7월 20일 수해로 인명을 구하는 작전에 투입되어 실종자를 찾다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고 채수근 일병(상병으로 추서)의 죽음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떠한 경우이고 그가 누구일지라도, 사람의 생명에는, 경중과 차별이 있을 수 없는데, 전혀 다른 차원에서 벌어진, 두 젊은이의 죽음을 두고, 정부는 물론 국민과 관련 단체들이 내보이고 있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행태들이다.

만약 부득이 사람의 죽음을 두고 경중을 가리는 판단을 해야 한다면, 국가의 법률과 사회적 가치를 기준으로 공익이 우선이고,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며, 모든 나라와 국민은 그렇게 하고 있다.

여기서 잠시, 차원이 다른 두 사람의 죽음을 살펴보면, 먼저 서이초교 여교사는(23세) 직업으로 선택한 교사로 재직하다 발생한 고충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것으로, 개인적인 죽음이다.

다음 채수근 해병대 일병은 (2003년 1월~2023년 7월 20일 순직, 상병으로 추서 향년 20세) 헌법이 정한 국방의무라는 신성한 국가의 부름을 받고 복무 중, 천재지변인 호우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구하는, 긴급 작전에 투입 실종자를 수색하다, 급류에 휩쓸려 순직하였다. 공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공적인 죽음이다.

진실로 안타까운 것은, 뉴스 기사가 정확한 것이라면, 채수근 일병은 2023년 3월 27일 해병 1292기로 입대하여, 7월 20일 경북 예천에서 집중호우로 발생한 실종자를 수색하다 급류에 휩쓸려 순직하였는데, 나이 20세 복무기간 99일이었다. 참으로 애통할 일이다.

(거듭 말하지만 모든 생명의 가치는 평등하다) 이처럼 두 젊은이의 죽음은 자살과 순직으로 차원이 다른데, 이후 자살한 여교사를 두고, 관련 단체들과 국민이 벌이고 있는 현상을 보면, 뭔가 잘못돼도 아주 잘못됐다.

여기서 우리가 정말로 깊이 숙고해야 할 것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학교 교실에서 자살한 여교사의 죽음을 미화하는 것이, 당사자는 물론 어린 학생들을 위함이냐는 것이다.

(사람들마다 견해가 다르겠지만,) 공익인 학교 교육의 문제에서 보아도, 원인이 되었던 학생과 학부모의 악성 민원보다 더 큰 문제는, 교사가 학교 교실에서 자살한 것으로, 이것이야말로 스승이라는 숭고한 직분을 망각한 반교육적인 사건이고, 충격적인 일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만일 내가 서이초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라면, 사고를 인지한 순간 바로 즉시 아이의 등교를 중단시키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다른 학교로 전학시켰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유가 무엇이든, 교사가 학교 교실에서 자살했다는 그 자체가, 어린아이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대단히 충격적인 일이고, 서이초교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잊지 못할 사건임과 동시에, 어떤 아이들은 극복하지 못하고, 평생을 고통으로 살아야 하는 병이 되기에 하는 말이다.

진실로 교사의 죽음은 가슴 아프지만, 자살한 여교사의 죽음을 미화하고 그 한풀이를 하기 전에, 우리가 국가적 차원에서, 특히 교육적 차원에서 가장 먼저 해야 했을 일은, 서이초교 어린아이들이 받았을 정신적 충격을 해소하여, 당장은 물론 평생을 시달리는 공포와 트라우마가 되지 않도록, 국가와 교사들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했고, 그것이 스승의 본분이다.

그러나 교사들은 물론 그 잘났다는 수많은 아동 관련 단체들과 방송에서 어린아이들의 인권을 팔아먹고 사는 박사라는 인간들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다물고 있는데, 참으로 가증스러운 인간들이다.

한마디로 학교 안팎에서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비교육적인 작태들은, 교육개혁의 본질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무엇부터 먼저 시작해야 하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스승의 직분을 져버린 서이초교 교사의 자살과 그 젊은 여교사의 가슴 아픈 죽음을 팔아,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기에만 급급할 뿐, 아무리 억울한 이유가 있었다고 하여도, 학교 교실에서 자살한 교사의 반교육적인 행위에 대하여, 반성하는 교사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우리 교육이 근본에서부터 잘못되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특히 교사가 자살한 반 아이들은 물론 전체 서이초교 어린아이들이 받았을 충격과 공포에 대하여, 걱정하고 반성하는 교사가 전국을 통틀어 단 한 명도 없는 교직 사회는, 지금 우리 교육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결론을 지으면, 정부와 교사들이 지금 당장 즉시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은, 자살한 여교사의 한풀이가 아니고, 서이초교 어린아이들이 받았을 정신적 충격을 해소하여, 안정시키는 일이어야 한다. ,

게재한 사진은 뉴스에 보도된 것으로, 학교 교실에서 자살한 여교사를 추모하는 근조 화환과 추모 메시지들이 가득한 가운데 어린아이가 등교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서이초교 정문 앞인데, 보다시피 스승의 이름으로 가장 중시하고 우선해야 할 학교와 학생들은 없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때마침 방학이라 하늘이 도왔다는 생각이지만, 학교 교실에서 자살한 서이초교 여교사의 사건과 울고 싶은 놈 뺨 맞은 격으로 반응하고 있는 교직 사회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저들에게 학교와 학생들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이다.

끝으로 채수근 일병의 죽음을 통해서 우리가 반성해야 할 것은,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반복되고 있는 안타까운 죽음들인데, 이미 죽은 시신을 인양하기 위해서, 비과학적인 방법으로 생목숨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 옳냐는 것이다.

명분이야 국가의 부름에 응한 숭고한 죽음 순직이라고 하지만, 결코 죽을 이유가 없었던 나이 시퍼런 20세의 젊은이 채수근 일병의 죽음은, 국민이 묵인하고 국가 권력이 죽음으로 내몰아 죽인 것으로, 어처구니없는 죽음이라는 사실이다.

살아있는 사람도 아닌 죽은 시신을 찾기 위해, 폭우로 범람하는 강물 속으로, 젊은 군인들에게 들어가라고 명령하는 것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이냐는 물음이다.

문(門)이 없는 문 허허당(虛虛堂)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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