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두둑한 뱃심과 치열함으로 게임의 룰을 바꿔라
[경제] 두둑한 뱃심과 치열함으로 게임의 룰을 바꿔라
  • 이은진 기자
  • 승인 2016.07.29 0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충범 500V 대표는 청년들에게 “아돌프 키에퍼가 ‘플립 턴’이라는 새로운 기술로 수영 경기의 룰을 바꾼 것처럼 기업도 혁신적인 방법으로 시장의 논리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사진=500V)

  (미디어한국.이은진기자) 1900년대 올림픽에 출전한 수영선수들은 배영 100m 경기에서 1분을 넘겨 골인했다. 1분 안에 레이스를 끊는 건 이들에게 ‘마의 벽’처럼 느껴졌다. 철옹성 같던 1분의 벽이 깨진 것은 1935년 8월 고등학교 수영대회에서였다.

   미국 일리노이주 고등학교 챔피언십에 참가한 17세의 수영선수 아돌프 키에퍼가 58.5초 만에 100m를 통과했다.

  그가 신기록을 수립할 수 있었던 비결은 ‘플립 턴(Flip Turn)’ 덕분이었다.

  이 기술은 손을 벽에 짚고 턴을 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벽에 도착하기 1m 전 수중에서 턴을 하는 것이 특징. 벽에 손을 짚지 않고 수중에서 몸을 둥글게 말아 회전하기 때문에 기존의 운동량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다.

수영 경기의 판을 바꾼 아돌프 키에퍼의 ‘플립 턴’처럼


기업가에겐 시장의 논리 뒤집을 배짱 필요


  흥미로운 점은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받는 플립 턴이 당시에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쓸데없는 일을 한다”며 지탄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끊임없이 플립 턴을 시도했고, 마침내 신기록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이후 모든 수영선수들은 플립 턴을 적극 활용했다. 아돌프 키에퍼의 플립 턴이 기존 수영 경기의 판을 바꿔버린 것이다.

  “아돌프 키에퍼가 플립 턴을 활용해 신기록을 세우자 수영의 상식이 바뀌었어요.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는 얘기입니다. 기업도 혁신적인 방법으로 시장의 논리와 질서를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두둑한 배짱으로 점철된 기업가정신이에요.”

  7월 19일 청년희망재단이 마련한 ‘청년희망 특강, 열려라! 청년 일자리’에서 기업 오너 특강편 강사로 선 김충범(40) 500V 대표가 들려준 얘기다. 500V는 벤처기업을 인수해 연합군을 구성하는 것을 사업구조로 삼는다. 이른바 ‘얼라이언스 벤처연합기업’이다.

  김 대표 역시 시장의 논리를 바꾸고자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한다. 2015년 1월 500V를 설립한 그는 “5년 내 500개의 벤처기업을 인수 합병(M&A)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지만 세간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M&A 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자본시장에 상장하거나 기업공개(IPO)를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4.4년.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창업을 하면 손해”라고 말한다. 그러나 김 대표는 오히려 “창업을 하라”며 자신 있게 권유한다. 시장 상황을 분석해 개선방안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가 주목한 것은 세계 경제사의 흐름이다. 책 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기업은 세계 인구의 81%에게 일자리를 제공했고, 세계 경제력의 90%를 형성했으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94%를 창출했다. 세계 10대 기업의 총매출을 합하면 하위 100개국의 GDP를 합한 것보다 많다. 인류의 운명을 바꾼 것은 종교도 정치도 과학도 아닌 기업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전통적으로 경제 주체는 국가와 도시였습니다. 물론 기관, 기업, 개인도 여기에 포함되죠. 그런데 2009년 기준으로 새로운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해 세계 100대 경제 주체 중 51개가 기업이었고 49개는 국가였습니다. 기업이 국가를 대체하고 사회를 움직이며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한 겁니다.”

  기업의 힘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은 또 있다. 미국 유통업체 월마트의 수입은 세계 161개국의 재정을 합한 것보다 많고 삼성전자의 매출은 GDP 57위인 베트남보다 높다. 기업이 이미 국가를 초월하고, 세상을 이끌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기업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민국의 시장 지표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13년 조사한 ‘국내 창업시장 현황’에 따르면 신규 사업자 중 17.3%가 1년 내에 폐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이후~3년 미만에 폐업하는 비율도 41.3%를 기록했다.

1437년 역사의 일본 건설회사는 백제인이 설립


한국인이야말로 창업 DNA 가져


  김 대표는 이런 결과에 연연하지 않았다. 이보다 대한민국이 세계 기업사와 경제사에 두 번의 신화를 만든 것을 주목했다.

“1437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일본 건설회사 곤고구미(金剛組)를 설립한 것은 다름 아닌 백제인입니다. 578년 백제인이 일본으로 건너가 창업한 것이죠. 한국인은 창업하기 적합하지 않다고 하는데, 한국인이야말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DNA를 갖고 있어요.”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사에 길이 남긴 계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구매력지수(PPP) 기준으로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42년이다. 반면 세계 경제시장을 제패한 미국은 160년 걸렸다. 아시아 경제대국이라는 일본도 69년에 걸쳐 국민소득 3만 달러를 기록했다.

  자원도 사람도 부족한 대한민국이 어떻게 이런 기록을 세울 수 있었을까. 김 대표는 “온 국민이 ‘잘 살아보세’를 외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정신이라면 한

  국에서도 머지않아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올 것으로 내다본다.

  그래서 그가 시도하는 것이 벤처기업 연합체제다. 한국에서 기업이 상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4.4년인데, M&A를 통해 단축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시장의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예컨대 기업의 상장요건 중 매출이 100억 원이라면 매출 10억 원에 이르는 A회사, 30억 원에 달하는 B회사, 50억 원을 기록한 C회사를 차례대로 인수한다. 그러면 매출 100억 원을 올리는 하나의 회사가 탄생한다. 이런 식으로 여러 기업을 하나로 모으면 기업을 상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기존 시장의 룰을 깬 그의 도전은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여러 기업이 뭉침에 따라 기업들의 생존율이 증가하고 투자자들은 여러 기업을 동시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시도는 500V를 전무후무한 기업으로 만들고 있다. 500V가 2015년 한 해 동안 달성한 매출은 231억 원, 영업이익은 7억3000만 원에 이른다. 창업한 지 1년 6개월 만에 인수한 업체가 26개다. 나아가 김 대표는 ‘5년 안에 500개의 기업을 인수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상태다.

  “아돌프 키에퍼가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게임의 논리에 갇히지 않고 과감하게 게임의 룰을 바꿨기 때문입니다. 그가 박수를 받는 이유는 사람들의 반대에도 강인한 정신력으로 버티며 새로운 기술을 연마했다는 겁니다. 모두가 안 된다고 할 때 도전하세요. 당신으로 말미암아 세상의 논리가 바뀝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