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칼럼] 어원으로 보는 “개미”와 “게미”의 유래와 바른 이해
[섬진강칼럼] 어원으로 보는 “개미”와 “게미”의 유래와 바른 이해
  • 박혜범 논설위원
  • 승인 2023.02.22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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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구례읍 봉산에서 촬영한 붉은 동백꽃봉오리다
사진 설명 : 구례읍 봉산에서 촬영한 붉은 동백꽃봉오리다

[미디어한국 박혜범 논설위원] 촌부가 쓴 글, 전라도 사람들이 좋은 맛을 평하는 “개미가 있다.”는 말을 두고, 그 어원에 대한 것은 물론 “게미”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국어사전까지 서로 다른 탓에 의외의 논란이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촌부는 국문학자는 아니지만, 전통사상과 문화를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 “개미”가 정확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처음 인류가 생긴 이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서로 소통하는 어떤 말이 생겨나고 문자가 만들어지는 어원의 과정이 자연연기법을 따라 일어나고 유행하는 것이기에, 다른 것은 몰라도 좋은 맛을 평하는 말 “개미”와 “게미”가 생긴 어원과 문화로 전해오는 역사를 보면, “개미”가 분명하고 정확한 답이다.

“개미”와 “게미”가 무엇이고 우리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 그 어원과 역사적 근원을 고찰하여 밝히려면, 모르긴 해도 최소한 A4용지 50페이지는 필요할 것인데, 이걸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개미”는 술과 함께 마시는 전통주 “동동주”에 뜬 밥알을 지칭하는 “개미”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즉 “동동주”라는 술 자체가 잘 발효되어 삭은 밥알들의 모양이, 마치 술잔에 빠진 개미들처럼 술에 동동 뜨는 탓에 만들어진 이름이기에, 곧 “개미”가 뭇 사람들이 찬미하는 “동동주”의 주재료이며 핵심인 삭은 밥알들이고, 동시에 “동동주” 그 자체임을 알 수가 있기에, 어원과 역사적 근원을 보면 “개미”가 무엇이고, 왜 좋은 맛을 평하는 멋들어진 “개미가 있다.”는 말이 되었는지를 분명하게 알 수가 있다.

반면, “게미”는 흔히 누룩과 쌀을 함께 버무려 발효시킨 막걸리를 거르고 남은 찌꺼기 “지게미”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사실상 폐기하는 쓰레기며, 가축들의 사료나 퇴비로 사용하는 이 “지게미”를 가지고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하고 깊은 맛이 난다는 등, 좋은 맛을 평하는 언어로 사용한다는 것은, 사람들의 심리와 자연연기법을 거스르는 것으로, 있을 수가 없는 일이기에, 근본적으로 “게미”는 좋은 술과 음식의 맛을 평하는 말이 될 수가 없다.

좀 더 알기 쉽게 “개미”와 “게미”의 어원인 “개미”와 “지게미”가 만들어지는 동동주와 막걸리 제조방법을 살펴보면, 동동주는 누룩을 우려낸 물에 고두밥(찐쌀)을 섞어 발효시킨 후 밥알과 함께 마시는데, 이 밥알을 “개미”라 하고, 막걸리는 누룩과 고두밥(쌀 보리 밀 조 등등)을 함께 섞어 발효시킨 후 술을 걸러내고 남은 찌꺼기를 버리는데, 쓰레기로 폐기하는 이 찌꺼기를 “지게미”라고 한다.

여기서 “개미”와 “게미”의 어원을 따져보거나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일러둘 말은, 전라도에서 머리의 비듬을 “지게미”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술과 음식의 맛을 호평하는 “개미”를 혹 전라도 사투리를 소리 나는 그대로 옮긴 것이라 하여도 “게미”는 틀린 것이고 잘못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사실이 이러하므로 만약 술을 빚고 남은 찌꺼기 즉 버리는 쓰레기 “술지게미”에서 나온 이 “게미”를 술과 음식의 맛을 평하는 말과 언어로 사용한다면, 그것은, 좋은 맛이 아니고, 흔히 이것도 맛이냐며 형편없는 맛을 타박하는 비아냥거림과 “악평”의 의미라면 어울리고 맞지만, 본질적으로 태생이 호평을 하는 의미가 될 수 없는 것이 이 “게미”다.

정리를 하면, 진실로 좋은 맛임을 인정하는 “개미가 있다.”는 말과 의미를 분석하여 보면, 예를 들어 한 항아리에 담긴 하나의 술 또는 간장 등등 어떤 음식을 두고, 사람들에게 맛이 어떠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섯 가지의 맛 즉 단맛, 짠맛, 신맛, 쓴맛, 매운맛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꼭 뭐 맛이 어떠하다는 음식의 평이 아니더라도, 어떤 가치 또는 무엇이 어떠하다는 호불(好不)의 판단과 결정이 지어지는 과정과 결론을 보면, 누구나 자신들이 살아온 생활 속에서 자신들도 모르게 길들여진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술과 음식을 호평하는 이 “개미가 있다.”는 말은, 사람들 저마다 혀끝을 통해 마음으로 느껴지는 맛을, 이것 또는 무엇이라고 단정할 수 없을 때 한마디로 적당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신만이 느끼는 맛을 표현하는 방식이고 언어다.

알기 쉽게 설명하면, “개미가 있다.”는 말은 하나의 짧은 단문이지만, 그 속에 내재된 철학적 의미를 풀어보면, 천 명의 사람이든, 만 명의 사람이든, 각각의 사람들마다 느끼고 가지는 맛이 다르고, 분명히 다른 자신만이 느끼는 맛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한마디로 어떤 개인이 “개미가 있다.”고 하는 것은 각각의 사람들 저마다 가지는 독창적이고 독립된 맛의 표현이라는 뜻이다.

끝으로 우리들이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개미가 있다.”는 말은, 그 자체로 타인들이 침범할 수 없는 개인의 독립된 느낌이고 맛의 영역이지만, 역설적으로 이 “개미가 있다.”는 말을 통해서, 하나가 될 수 없는 각각이 다른 것들이, 그리고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각각의 사람들이 느끼는 서로 다른 맛의 의미를 소통하고 공유하여, 하나의 맛으로 하나가 되고 다 같이 함께 즐긴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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