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 “국정은 소통이더라”다. 이 책에서 저자는 “행정의 9할이 대화와 소통이다.”라고 말해

박종도 철학박사
박종도 철학박사

[미디어한국] 박종도 박사는 본지 논설위원은 철학박사. 시인. 전) (사)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 이사장. 성균관대학교 유교철학 문화콘텐츠 연구원. 미디어한국 논설위원. 서울시민문학상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번호의 "소통(疏通)은 만사형통(萬事亨通)이다"는 3회 중 2회다.

Ⅱ. 소통(疏通)

   소통(疏通)의 사전적 의미는 막히지 않고 잘 통하는 것이나 뜻이 서로 통해서 오해가 없는 것으로 혼자가 아닌 상호 복수를 필수로 한다. 넓은 의미의 소통은 인간뿐만이 아니라 우주 공간에 존재하는 대상과도 생각, 감정 등의 교환을 포함할 수 있다. 그러나 소통은 대상이 없는 외침이나 대상이 있어도 반응이 없는 행위들은 소통이 아니다.

소통은 나와 상대의 사이가 기분 좋은 상태이며, 균형과 조화가 잘 이루어지는 정서의 느낌이다. 사이를 기분 좋게 만드는 힘, 이것이 소통의 능력이다. 응해야만 의미가 있는 쌍방의 문제로 ‘같은 마음’의 긍정적 기운이 순환할 수 있게 하는 소통의 지혜가 필요하다.
  

   중국 역사에서 말없이 잘 통했던 살기 좋았던 때를 요순(堯舜)시대라 한다. 백성의 형편을 살피고자 암행하던, 요 임금은 농부들이 배를 두드리고 땅을 치면서 노래하는 것을 보았는데 임금은 백성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았으며 누구인지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격양가(擊壤歌)를 부르는 농부들은 스스로 우물을 파서 물 마시고, 경작하는 곡식으로 배를 채우고 두드릴 수 있었다. 후대에 성군(聖君)정치 표본이 된 이 시대는 지도자가 있는 듯 없는 듯한 시대였던 것이다. 이렇게 보면, 영웅적인 지도자가 필요하고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큰 시대는 행복한 시대가 아닌 듯하다. 항상 제 역할을 다하면서도 내세우지 않는 해와 달처럼 없는 듯해도 어그러짐이 없고, 소통이라는 말이 없어도 무위이화(無爲而化)로 막힘없이 화평(和平)한 세상, 이는 우리가 바라는 좋은 세상일 것이다.

   요(堯)왕이 통치할 때 황하가 자주 범람하여 백성들이 큰 어려움을 겪자 요왕은 곤(鯤)이라는 사람에게 황하의 치수사업을 맡겼다. 곤은 황하를 살펴보고 인장법(陻障法)으로 치수를 시작하였다. 인(陻; 메우다), 강보다 낮아 침수가 될 것 같은 지역은 흙으로 메우고, 장(障; 가로막다), 강보다 높은 지역은 제방으로 막아서 홍수에 대비하였다. 그러나 홍수가 나자 거대한 물결은 제방을 무너뜨리고 낮은 곳을 휩쓸며 흘러갔다. 요왕은 곤에게 그 책임을 물어 다리를 부러뜨렸다.

   요왕이 물러나고 순(舜)임금이 통치하자 순은 곤의 아들 우(禹)에게 황하의 치수사업을 맡겼다. 우는 아버지의 실패를 세밀히 점검한 후 소도(疏導)법으로 치수를 했다. 소(疏; 통과시키다), 강보다 낮아 침수가 될 지역은 물길을 터서 흐르도록 했으며 도(導; 이끌다), 강보다 높은 지역은 새로운 물길을 만들어 주어서 마침내 홍수의 범람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아버지는 ‘막고 메우는’ 방법으로 목숨을 잃었지만, 아들은 ‘트고 통과시키는’ 방법으로 치수(治水)를 한 공로로 후에 순임금을 이은 우왕이 되었다. 이는 소통이라는 말의 근원이 된 치수(治水)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세상을 ‘트고 통과시키는’ 순리가 만사의 기본이며, 법칙이 되는 소통인 것이다.

   소통에 관한 또 하나의 예를 보자. 로마제국은 역사상 징기스칸 다음으로 큰 영토를 이룩했던 나라이다. 전성기 로마는 유럽과 중동, 북아프리카까지 아우르는 광대한 영토를 지배했으며 10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광활한 영토를 지배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학자들은 로마의 ‘길’에서 찾는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로마는 500년에 걸쳐 총 15만㎞에 달하는 도로를 만들었고, 동서양을 이어준 매개체이자, 다양한 문화를 꽃피우게 하는 양분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로마가 1,000년 동안 대제국을 지탱할 수 있었던 밑바탕이다.

   반면 세계 최대 건축물인 만리장성은 진시황이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하고 흉노족을 막기 위해 축조했다. 지금은 동북공정의 역사 왜곡으로 고무줄처럼 4만리 장성으로 늘어뜨렸지만, 총 6400㎞에 달하는 만리장성은 후세 역사적 유산만으로 남겨지고, 진나라는 15년 만에 망하고 말았다.

   두 나라의 차이는 명백하다. 로마는 밖으로 뻗어 나가기 위해 길을 만들었고, 진나라는 밖에서 들어오는 길을 막기 위해 성을 쌓았다. 성공과 승리는 벽을 쌓는 사람이 아니라 길을 닦는 자의 몫이다. 불통의 벽을 허물고 소통의 길을 닦아야 할 것이다.

   필자가 운영한 출판사에서 근 10년 전 고건 전 총리의 공인으로서 50년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었다. 책 제목이 “국정은 소통이더라”다. 이 책에서 저자는 “행정의 9할이 대화와 소통이다.”라고 말한다.

소통은 3단계로 이루어지며 그 중 첫째는 경청으로 마음 놓고 얘기할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민원인의 마음은 절반쯤은 풀린다고 한다. 둘째는 역지사지(易地思之)와 공감으로 소리만 듣는 게 아니라 마음을 듣는 것이며, 마지막 단계로 대안을 구상하고 정책으로 만드는 일, 즉 상대방의 의견을 반영시키는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소통은 안 하고 일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소통으로 서로의 다름이 갈등과 대립이 아니라 포용과 조화로 승화시킬 수 있음을 몸소 국정운영을 통해 체험한 것이었다. 그래서 국정은 소통임을 말하고 있다. 확대하면 인간 만사가 다 소통에 있음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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