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본 세계, 러시아 [레닌그라드 고속도로]

2018-05-19     김윤자 기자



레닌그라드 고속도로

-러시아 문학기행


김윤자


길이 잘 생겼다면

그렇게 깊은 눈으로 바라보진 않았을 것이다.

차들이 아름다웠다면

그렇게 가슴이 서늘하진 않았을 것이다.

휘황한 무대에

일필로 그어 놓은 한 획이

저리도 올곧게 뻗어 나가다니

끝을 보려 하지 말라고, 시선이 아플 거라고

따라가다가, 따라가다가 아득하여서

길을 놓아버리고

억센 바람에 갈대처럼 일어선 생명들이

점점이 이어 달리는데

세상을 모른단다.

앞만 보고 가야 하는 운명처럼, 그렇게 질주하고

무언가, 울컥하는 내 안의 소리에

나는 옷깃을 여미고

저 창 밖의 순진한 땅, 풀 한포기도

곱게 바라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