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칼럼] 이건희 미술관은 고향 의령으로 가는 게 옳다
[섬진강칼럼] 이건희 미술관은 고향 의령으로 가는 게 옳다
  • 박혜범 논설위원
  • 승인 2021.06.21 14: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미디어한국 박혜범 논설위원] 오래전 기억을 더듬어보면 딱 50년 전 쯤 그러니까 1970년 이른 봄 어느 날 전라도에서 상경한 어린애였던 촌부가 광화문을 돌아 시청을 거쳐 서울역을 지나가는 좌석버스에서 보았던 이야기다.

당시만 해도 전통적인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잘 차려입은 시골 노인들이 서울구경 겸 나들이가 흔했었는데, 갓을 쓰고 풀 먹인 하얀 무명 두루마기를 잘 차려입은 노인이 여기가 어디고 저기가 어디라며 버스 창으로 보이는 서울 풍경들을 안내하는 아들에게, 옛날부터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 했다며 하는 말이 “옛날 왜정(일제 강점기) 때는 한양이 10만호만 들어서면 농사지을 땅 한 평 없이 집들로 꽉 찰 거라고 했는데, 이젠 걱정 없겠다. 왜냐 하면 앞으로는 관청이나 사람들이 사는 집들이 모두 하늘로 솟구칠 것이니, 온 나라 사람들이 다모여 살아도 아무 걱정 없겠다.”하였다.

그때 좌석에 앉아있는 노인과 아들의 옆에 서서, 노인의 이야기를 들은 전라도 섬진강 산골에서 상경한 어린 나 역시, 급변하는 서울의 모습에 놀라고 있었는데,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2021년 여름 폭등하는 서울 아파트 값을 안정시키겠다며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정부와 서울시를 보면서 그 노인의 말이 생각나는 것은, 산과 강과 숲을 그대로 보호 보존하면서 아파트를 짓고 누구나 살기 좋은 서울을 만드는 해법이기 때문이다.(여타 지방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부연하면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해마다 서울 아파트 값이 폭등하고 있는 것은 무능한 정치의 산물이지만, 아파트 값이 시장의 흐름에 따라 꾸준히 상승하는 것은 필연이고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서울의 집값 부동산을 안정시키는 가장 첫 번째 대책은 50년 전 갓을 쓴 노인이 광화문을 돌아가는 버스에서 말한 “옛날부터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 했다.”는 국민 모두의 의식 속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이 말의 의미를 바꾸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고, 그것은 균등한 국토개발과 발전이라는 것은, 하찮은 섬진강 강변의 촌부도 아는 상식인데, 문제는 역대 정부는 물론 문재인 정부도 실패했고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서울로만 향하는 국민들의 시선을 막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 4년 내내 실패한 부패하고 무능한 내로남불의 문재인이 고작 몇 개월 남은 임기에 뭔가를 하겠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이야기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의 모든 도로를 지하로 넣고, 그 도로 위에 아파트를 건립한다 하여도, 그건 당장 실현되는 일들이 아닐뿐더러, 혹 실현이 된다 하여도 아파트 값은 안정시키지 못하는 일인데, 호언장담을 하고 있으니.......

결론은 서울의 부동산 값을 안정시키는 것은 국토의 균등한 발전뿐인데, 문제는 이 균등한 국토개발을 정치적 또는 민간 차원에서 어떻게 만들어내느냐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들이 유의해야 할 것은, 언제나 들어서는 정치권력들마다 좌지우지 해온 국토개발을 민간자본에 맡겨 즉 시장에 맡겨 자연스럽게 발전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데, 늘 정치권력이 문제였고 문제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광주와 전남의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으면서 지역발전에 실패하고 있는 근본 원인이, 국민 모두가 함께 공감하는 개발과 공간이 아니고, 특정한 정치권력에 의한 보여 주기와 그들만의 공간인 기념사업으로 도배하여버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문제도 크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이 공간들을 관리 유지하는 비용은 광주와 전남의 발전을 가로막는 애물단지로 힘겨운 재정부담 즉 빚이 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고인이 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남긴 유산 가운데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거대하고 어마어마한 세계가 놀라는 최상 최고의 문화재와 미술품들을 상설 전시하는 미술관 건립을 두고 서울을 비롯하여 지역마다 도시마다 유치에 대한 의욕을 내고 있는데. 충남 홍성 본가 마을에 자리한 이응노 미술관이 답이라는 것이 촌부의 결론이다.

왜냐하면 장차 건립될 이건희 미술관이야말로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명소가 될 것인데, 이는 당장의 비용과 앞으로 지역에 투자될 민간자본들과 벌어질 일들을 상상해 보면, 정부부처 하나를 옮기고 국회의사당을 타 지역으로 옮겨가는 것에 비할 수 없는, 저비용으로 최고의 가치를 창출하는 지역발전의 효과가 있을 것이기에, 균등한 지역발전을 위함과 동시에 소장품 전부를 국가에 기증한 이건희 회장의 뜻을 영원히 기리는 뜻으로 이건희 미술관은 그가 태어난 고향마을 경남 의령 호암산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장차 건립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각종 문화재와 미술품들을 상설 전시하는 미술관은 세계적인 명소가 될 것인데, 이를 감상하기 위하여 전국은 물론 세계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한반도 남부 내륙 오지인 경남 의령까지 오가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부산에서 의령까지, 전남 광주에서 의령까지, 대전에서 의령까지, 서울과 대구에서 의령까지, 이어지는 길들은 분주해지고 내륙의 오지인 의령은 사람들이 저절로 모여드는 문화의 도시 사람들이 살기 좋은 명품도시가 될 것이기에, 균등한 국토개발의 차원에서 보면, 더 없이 좋은 사업이고 기회라는 것이 촌부의 생각이다.

이건희 회장 이름으로 국가에 기증된 각종 국보급 문화재들을 비롯하여 동서양을 망라한 가치를 추정할 수 없는 수많은 미술품들을 상설 전시하는 미술관 건립을 두고 정치권에서 이런저런 꼼수를 찾고 있는 것 같은데, 이건희 회장이 국가와 국민에게 남긴 문화재와 미술품들을 상설 전시하는 미술관 건립만큼은 정치권력의 입맛에 맞추는 것이 아닌, 균등한 국토개발과 고인의 뜻을 기리는 차원에서, 남강 맑은 물이 휘돌아 가는 그의 고향마을 호암산 기슭에 건립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