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칼럼] 자식들의 인생은 자식들의 것이다
[섬진강칼럼] 자식들의 인생은 자식들의 것이다
  • 박혜범 논설위원
  • 승인 2020.05.06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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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며, 부모가 자신의 욕심대로 길들이고 훈련시켜 사육하며 만족하는 도구는 더욱 아니다.
사진설명 : 벌 나비들은 길들이지 않아도 꿀을 잘 찾는다.
사진설명 : 벌 나비들은 길들이지 않아도 꿀을 잘 찾는다.

[미디어한국 박혜범 논설위원] 오래전 딸이 초등학교 다닐 때의 일이다. 북한과 남한의 다른 점과 차이, 즉 국토와 자연에 관한 것이 아니고 체제에 대하여, 아는 대로 써 오라는 숙제를 가지고 와서, 아비인 나에게 물었다.

대뜸 아빠에게 물어서 하는 숙제라며 질문을 하는데, 초등학생에게 북한의 세습독재정권과 남한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하여, 뭘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순간적으로 난감하였지만, 잠시 고민을 하다 초등학교 그것도 저학년 어린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비유와 언어로 설명하여 주었다.
 
무엇이든 생각나는 것, 말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해보고 싶은 것, 가보고 싶은 것들을, 사람으로 태어나 자기가 마음대로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들을 자유롭게 말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자신이 꿈꾸는 것들을 마음껏 도전하고 이루어 볼 수 있는 나라와, 생각도 마음대로 못하고, 말도 마음대로 못하고, 여행도 마음대로 못하고, 하고 싶은 일도(직업) 마음대로 할 수 없으며, 꿈도 마음대로 꿀 수 없는 나라, 둘 가운데 너는 어느 나라가 더 좋으냐고 딸에게 물었다.

머뭇거림도 없이 자기가 꿈꾸는 것들을 마음껏 도전하고 이루어 갈 수 있는 나라가 좋다는 딸에게, 그럼 네가 생각하는 대로 그렇게 쓰라고 말해주었고, 그것으로 아버지와 함께하는 숙제를 끝냈는데, 다음날 학교에 간 딸은 담임으로부터 참 잘했다는 사인을 받아왔다.

자식의 인생은 자식의 것이라는 생각 속에서, 내가 애지중지 해야 할 하나뿐인 딸을 키우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이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아이가 스스로 사고하고 상상하는 능력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었으며, 둘째는 세상에는 가지고 싶어서 울고불고 생난리를 쳐도, 소유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게 하는 일이었고, 셋째는 불의에 대한 저항과 약자에 대한 배려가 사람의 도리임을 알게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정치적 이념과 종교는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여, 스스로 선택할 아이의 고유한 권한이기에, 무엇이든 자유롭게 배우고 체득해야 할 어린아이가 자라면서, 특정 정치적 이념과 종교적 사고로 오염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고, 나 역시 가능한 어린 딸의 사고에 관여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언젠가 종교에 대하여 즉 불교와 기독교에 대하여 물으면서 교회에 가도 되느냐고 묻기에, 네가 알아서 할 일이지만, 지금은 기독교와 불교에 대하여 편견이 없이 배우는 것이 먼저이고, 선택하는 것은 훗날 네가 성인이 되어 판단하는 것이 좋다고, 한마디로 열심히 살다가 어느 날 너도 모르게 찾아가서 의지하고 기도하는 것이, 네 마음이 원하는 너의 신앙이 될 것이라고 말해 준 것이 전부였다.

어제는 어린이날이었고, 그리고 또 부부가 자살하면서 어린아이들을 죽여 저승길로 데리고 갔다는 끔찍한 뉴스를 들으면서, 어린 자식을 가진 이 땅의 부모들은 무슨 생각들을 하였을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뉴스에서 부부가 두 어린 자식들을 저승으로 데리고 간 것은 결코 해서는 안 될 반인륜적인 잔혹한 살인인데, 이걸 어린아이들이 동의하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는, 동반자살이라고 하는 언론과 사회적 인식 자체가 심각한 문제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이런 우리 사회가 정신병동이라는 생각이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며, 부모가 자신의 욕심대로 길들이고 훈련시켜 사육하며 만족하는 도구는 더욱 아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영재들을 소개하는 방송을 보거나, SNS에서 자신은 이렇게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있다며 자랑을 하고 있는 젊은 부모들을 보면, 자기 자식을 자기가 교육시킨다는 미명으로, 날마다 아이를 들볶아 닦달하며 안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극단적인 사고와 탐욕이 만들어낸 병적인 증상일 뿐인데......

가만히 보면, 이건 부모가 사랑하는 자식을 교육하는 것이 아니고, 동물원 사육사가 짐승을 길들이고 사육하는 야만적인 것으로, 이들 부모들이야말로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할 정신병자들이고, 여차하면 자녀들을 죽여 저승으로 데리고 갈 극단적인 성향의 잠재적 살인자들이라는 것이 촌부의 생각이다.

자식은 부모가 원하는 대로 키우는 것이 아니고, 자식이 원하는 대로 키워주는 것이 좋은 부모이고, 사람이 사람다운 사람을 교육하는 사람의 도리인 것인데.........

엄마는 일등이 좋다.
엄마는 네가 일등을 하기를 바란다.
그러니 너는 일등을 해야 한다.
너만 일등을 하면 엄마는 기쁘다.

자식들을 마음대로 해도 좋은 소유물쯤으로 생각하고, 자식의 즐거움과 기쁨이 아닌 자신들의 즐거움과 기쁨을 위해서, 날마다 자식들을 짐승처럼 사육하고 있는 부모라는 사람들에게, 촌부가 해주고 싶은 말은, 바로 그 자신들이 자식들의 인생을 망치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속물들이고, 지금 당장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정신병자들이라는 것이다.

벌 나비들은 길들이지 않아도 꿀을 잘 찾는데, 무슨 말을 더하랴. 날마다 어린자식들에게 목을 매며 자식들을 다그치고 있는 세상의 부모들에게, 그러는 너는 너의 부모가 원하는 대로 잘 살고 있으며, 지금 즐겁고 행복하냐는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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