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탄소 제로 청정섬으로 탈바꿈
[경제] 탄소 제로 청정섬으로 탈바꿈
  • 이정우 기자
  • 승인 2016.07.30 0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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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홍성군 천수만에 위치한 죽도는 태양광과 풍력 등으로 전기를 생산·저장해 70여 명의 주민들에게 필요한 전기의 약 90%를 자급하는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이다.(사진=한국전력공사)

  (미디어한국//이정우기자) 충남 홍성군 천수만 앞바다의 대나무가 울창한 섬 죽도. 면적 15만8640㎡에 31가구 7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작은 섬이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 5월 이곳에는 태양광 발전설비와 풍력발전기, 전력을 모아두는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설치됐다. 햇빛과 바람을 이용한 무공해 융·복합 발전 시스템이다. 하루에 두 발전시설에서 생산하는 전력은 1120kW 규모로, 마을에는 800kW가량이 공급된다.

  죽도는 태양광과 풍력을 활용해 섬 안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충당할 계획이다.

  이미 에너지 자립도는 90%에 이른다. 이전까지 죽도는 필요한 전기를 디젤 발전으로 생산해왔다. 육지에서 기름을 실어와 디젤발전기를 돌리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섬은 발전기를돌리는 시끄러운 소음과 매연으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주민 김모 씨는 “수송하는 과정에서 기름이 유출돼 양식장이 오염되는 피해를 본 적도 있었다”고말했다.

  죽도 에너지 자립섬은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 협력기업인 한화가 지난해 5월 센터 개소 당시 제시한 ‘죽도 독립발전실증사업’ 추진계획에 따라 조성됐다.

  사업에 들어간 총비용 약 27억 원 가운데 60%를 한화가 부담했다. 나머지는 에너지관리공단(30%)과 충청남도(10%)가분담했다. 한화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태양광 패널 모듈 650장을 설치했으며, 여기에 중소기업의 태양광 기술이 쓰였다.

  죽도 신재생에너지발전소에서는 에너지 관리 시스템(EMS)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기 사용량을 체크한다. 오후 1~2시면 태양광 충전이 완료되고, 사용하고 남는 전력은 900kW 규모의 ESS에 저장한다.

  이로써 악천후나 전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비상 상황에는 디젤발전기를 혼용해 발전한다. 이성준 이장은 “기름값도 절약되고 전기도 넉넉히 쓸 수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신재생에너지로 연간 발전연료비 8000만 원가량을 절감하게 됐다는 게 마을 주민들의 설명이다. 또한 환경적인측면에서도 연간 소나무 4만1000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에 한화S&C는 “죽도는 신재생에너지를 알리는 창조경제의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고립 지역서 에너지 자급하는 ‘마이크로그리드’


남는 전력 ESS 저장해 함께 쓰고 판매까지


  에너지 자립섬 사업은 전력 계통과 연계되지 않은 섬 등 고립(비계통·Off-grid) 지역이 기존에 디젤로 발전하던 것을 지역별 특성에 따라 풍력과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전력 생산이 수요보다 많을 때는 ESS에 저장해 활용하도록 개선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라고도 한다.

  기존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스마트그리드와 비슷하지만, 마이크로그리드는 ‘자급자족’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의 전력 시스템은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각 가정에 보내는 일방향 구성이었지만 마이크로그리드의 경우 각 가정에서 소규모 발전 시스템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남은 것은 다른 가정이 사용할 수 있게 해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린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해 민간의 도서 지역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허용했다.

  또한 전력을 판매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도록 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를 부여하는 등 관련 지원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이 같은 마이크로그리드 시장 규모는 2020년400억 달러(45조660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 가파도는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이 적용된 국내 최초의 에너지 자립섬이다. 정부는 2011년부터 이 섬을 대상으로도서 지역 신재생에너지 발전원에 대한 기술 개발과 실증을 거쳤다.

  주민 176명이 사는 가파도는 최대 7일까지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데성공했다. 제주시는 2030년까지 제주도 전체를 ‘탄소 없는 에너지 자립섬’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전남 진도의 가사도에는 국내 최초로 100% 우리 기술로 만든 EMS가 적용됐다.

  168가구, 286명의 주민이 사는 가사도는 디젤발전기를 사용했을 때는 연간 7억 원가량의적자가 발생했지만, 마이크로 그리드를 구축한 뒤에는 디젤발전기 가동을 거의 하지 않고 1억5000만 원의 유류비를절감하는 등 경제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가사도 역시 신재생에너지 발전기를 늘려 에너지 자립도 100%에 도전하고 있다.

  정부는 가파도와 가사도의 성공을 바탕으로 다른 섬 지역에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육지 전력망에연결되지 않은 비계통 도서 127개 가운데 30개가 대상이다. 20개 섬은 인프라 구축이 완료됐으며, 10개 섬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로써 연간 약 160억 원의 전력 공급비용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다.


울릉도 친환경 에너지 관광 프로젝트 추진


아프리카·캐나다 등 해외서도 우리 기술 관심


  주민 1만여 명이 거주하는 울릉도는 가장 사업 규모가 크다. 지난해 첫 삽을 뜬 프로젝트는 대략 2025년까지 진행된다. 한전과 경상북도, 울릉군 등 공공분야가 재정의 약 50%를 지원하고 LG CNS, 도화엔지니어링 등 민간부문이 나머지 약 50%를 공동으로투자하기로 했다. 그러면 울릉도에서 생산되는 모든 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지열, 소수력 등의 친환경 에너지로 바뀌게 된다.

  경상북도는 전기차와 전기어선을 비롯해 제로에너지 주택 건립계획도 함께 구상하고 있다. 더불어 울릉도 에너지 자립섬 후속사업의 일환으로 지열온천타운, 나리분지 글램핑장, 풍력 바람의 언덕 트레킹 코스 조성 등 지역 여건을 고려한 친환경 에너지 관광 프로젝트도 발굴하겠다는 구상이다. 울릉도는 “에너지 자립섬 사업은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뿐 아니라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기술과 노하우를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국가의 미래 먹거리 사업”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실제로 사업 모델을 활용해 캐나다, 중동,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아프리카를 순방한 박근혜 대통령은 몇몇 국가 정상과 대화를 나누면서 죽도 태양광 얘기를 꺼내 국산 태양광 발전 기술 수출 계약(MOU)을 성사시켰다.

  가파도의 에너지 자립섬 모델은 페루 아마존에 적용된다. 국제기구인 녹색기후기금은 지난해 한국 정부가 제안한 페루 아마존 전력 공급사업을 승인했다. 이는 이 지역의 과일 가공공장의 유류발전기를 태양광 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로 교체하는 사업이다. 한전은 우리 기술로 개발한 가사도 마이크로그리드 운영 시스템을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수출하는 데성공했다. 캐나다 파워스트림사는 삼성SDI와 포스코ICT로부터 가사도에 쓰인 배터리와 전력변환장치(PCS) 16억 원어치를구입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해외에서 울릉도 에너지 자립섬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 섬이 많은 지역으로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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