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만난 박용만 회장 "이런 규제환경에서 창업을 어떻게 하나"
박영선 만난 박용만 회장 "이런 규제환경에서 창업을 어떻게 하나"
  • 지석우 기자
  • 승인 2019.04.2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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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이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이날 회동은 박 장관의 취임 후 경제계 대표 단체인 대한상의와의 상견례 자리로, 중기벤처 정책 방향 소개 및 업계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2019.4.2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미디어한국 지석우 기자] "이 나라에서 대체 어떻게 창업을 하라는 말이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6일 청년벤처 CEO(최고경영자)들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간담회를 마치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박 회장은 "도대체 이런 규제환경에서 창업을 하라는 것이냐 말라는 것이냐"라고 일갈했다. 늘 밝은 표정과 웃음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박 회장이지만, 이날 청년 벤처기업인들의 막막한 호소를 듣고 난 직후라 표정이 어두웠다.

박 회장은 "규제를 풀자고 만든 '규제샌드박스'에 정작 벤처기업들이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규제샌드박스에도 또 장벽을 세우면 해외로 나가라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박 회장은 이날 공개 인사말에서도 "규제샌드박스의 경우만 해도 올해 본격 시행되고 중소기업들 관심이 높아 다행스럽습니다만, 특례 심의 같은 사전 심사가 우리 기업들에 또 다른 장벽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그럴 일이 없도록 보완이 되면 좋겠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규제샌드박스'란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을 때 걸림돌이 되는 겹겹의 규제들을 실증 특례와 임시 허가를 통해 일정기간 없애주는 것을 말한다. 꿈쩍않던 정부가 나름대로 야심차게 내놓은 혁신 대책이다. 규제샌드박스 도입 100일이지만 정부의 '자화자찬'과는 달리 정작 벤처기업들은 답답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연일 규제샌드박스의 성과를 홍보하는 정부와 효과를 체감하지 못해 실망한 산업계의 온도차가 상당하다.

현행 실증특례나 임시허가 기간이 법마다 달라 형평성 논란이 벌어진데다, 일부 항목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규제' 방식이 신사업을 포기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대다수다. 포지티브 규제 방식으로는 규제샌드박스의 효과를 업계가 체감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간 산업계는 금지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허용해주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요구해왔다. 박 회장도 대통령과 총리, 경제부총리, 국회 등 할 것 없이 기회만 되면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만이 서비스, 빅데이터 등 신산업을 펼칠 수 있는 길이라고 호소해왔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이날 박영선 장관 간담회에서도 벤처기업인들의 건의가 빗발쳤다.

인공지능(AI) 기반 로보어드바이저(로봇+투자전문가) 업체 콰라소프트의 손보미 대표도 작심발언을 했다. 손 대표는 "규제샌드박스를 위해 100페이지 넘게 자료를 준비해서 신청했는데 정작 대기업들이 선정되고 우리는 떨어졌다"며 "애초에 기술이 뛰어난 스타트업의 살 길을 열어주자는 것이 규제샌드박스인데 왜 대기업이 우선적으로 심사돼야 하는지 납득이 안된다"고 토로했다. 콰라소프트가 지원한 규제샌드박스의 '혁신금융서비스' 분야에 총 105개의 금융사 및 핀테크 서비스가 지원해 최종 심사대상에 19건이 올라갔다. 현재까지 발표된 바로는 9건이 최종 채택됐는데, 금융위가 채택한 9개 기업 가운데 5곳이 비씨카드, 신한카드 등 대기업의 신청 건이었다.

손 대표의 발언에 박 회장은 "사업 모델이 괜찮아 특허도 받고 했는데 사업을 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복잡해서 허가 검토가 애매하니 문제"라고 거들었다. 손 대표는 지난해 전임 장관인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간담회에도 참석해 건의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고 한다. 손 대표는 "비즈니스모델이 복잡해서 국내 규제로는 정의를 못하겠으니 해외에서 해보는게 어떻겠느냐는 금융당국 관계자의 '조언(?)'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2017년 출시했던 '손정의 따라잡기 펀드'는 당시 국내 금융법으로는 마땅히 규정할 길이 없어 출시 한 달 만에 포기한 적도 있다.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앞줄 왼쪽 두번째)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세번째)이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청년 벤처 CEO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4.2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소비자 개인이 직접 유전자검사를 의뢰해 발병 가능성이 높은 질환을 예측할 수 있는 신산업인 '유전체 분석 건강 서비스(DTC)' 업종도 규제샌드박스로 한숨이 깊다. 업계는 규제샌드박스 대상에 선정되면서 유전자 검사 항목이 현 12개에서 120여개로 확대되길 기대했지만, 120개 가운데 단 13개의 유전자검사만 허용됐다. 강병규 제노플랜 대표는 "민간기업에서 시행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는 12가지 항목 뿐이라, 국내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규제 때문에 해외법인에서 하고 있다"며 "유전자 검사가능 항목을 경쟁국 수준으로 확대해 주길 바란다"고 국내의 사업한계를 지적했다. 이에 박 장관은 "의료분야는 만나는 분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며 "네거티브 규제 등을 정리해서 당장 복지부와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김재연 정육각 대표는 기존 제도의 기준들이 신사업을 반영하지 못한 채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어 받는 불이익에 대해 지적했다. 김 대표는 "융합업종은 업종 구분이 애매해 정부의 각종 지원, 특히 R&D 지원 등을 못받는 상황"이라며 "신사업 모델은 업종요건을 탄력 적용해 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 장관은 "실태분석 등을 통해 해보겠다"며 "네거티브 규제를 한다고 모든 부처가 고민하고 있는데 개편을 하겠다"고 했다.

최근 대세로 떠오른 공유오피스 업종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공유오피스 사업은 유망업종으로 떠올랐는데 우리나라에선 미국계 '위워크'가 서울의 랜드마크를 모두 점령하며 앞서가고 있다. 목진건 스파크플러스 대표는 "공유 오피스 기업은 특성상 부동산업으로 분류되는데, 각종 정책에서 유흥업과 함께 부동산업도 제외되고 있다"며 "지원대상 업종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박 장관은 "실태분석을 해보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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