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건강....구강청결제 무엇이 문제인가?(김상록 치의학박사)
삶의 건강....구강청결제 무엇이 문제인가?(김상록 치의학박사)
  • 김상록 기자
  • 승인 2018.06.15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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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정일보] 입을 깨끗이 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통해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졌다.

특히 종교행사에 나서는 지도자는 언행을 조심함과 동시에 몸과 입을 깨끗이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였다. 그것으로부터 칫솔과 세치제(치약)가 발전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그리고 유적지에서 발견되는 칫솔의 원형은 나무나 동물의 뼈로 손잡이를 만들고 그 끝에 짐승의 털을 엮어서 만든 것으로 고대부터 입안을 닦는 용도로 사용하였다. 그리고 세치제는 미세한 가루와 천연허브의 가루나 즙을 이용하여 청량감과 살균효과를 보았을 것이다. 이것이 현대의 구강청결제의 기원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 잇몸병 세균과 치석 위치, 네이버 생명과학대사전 제공


  화장품을 바르는 이유는 피부를 보호하고 유익한 성분을 흡수시키고 나쁜 균을 억제할 목적일 것이다. 치약이나 각종 가글제의 사용용도는 나쁜 냄새(구취)를 줄이고 잇몸에 좋은 성분을 흡수시키고 충치나 잇몸병 균을 억제할 목적이다. 그러나 나쁜 화장품은 피부를 망가뜨리는 것처럼 나쁜 구강제품은 안씀만 못할 수도 있다. 

치약과 가글용 제품으로 나뉘는 구강청결제는 위 조건을 갖추었을까? 아니면 그냥 향기와 색만 바꾸어가며 소비자의 주머니만을 탐하는가?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좋은 구강청결제를 선택하는 몇가지 기준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자 한다. 이것은 순전히 치의학을 전공하여 여러 가지 시중의 제품을 경험한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일부 제품 개발자와는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과연 구취를 제거하는가?

  결론은 대부분 제품들이 어느 정도 이 목적을 달성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제품에 들어있는 방향제의 효과이다. 어떤 제품은 강력한 벤젠계의 방향족 화학물질을, 어떤 제품은 천연 식물성 추출물을, 또 어떤 제품은 화학물질에 소량 천연물질을 섞어 천연제품으로 속여서 팔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제품이 그 효과가 일시적임을 경험했으리라. 차라리 향수는 몇 시간이라도 잔향이 남아있지만 가글제류는 10분도 채 가시지 못한다. 

화장실 청소 없이 방향제만 뿌리면 금방 바닥에서 올라오는 역한 냄새로 환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바른 양치질 후 가글제를 겸해서 사용해야 다음 식사 때까지 구취 없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구취라는 것이 소화기관, 간의 상태와 연관이 많기 때문에 피곤한 몸에서는 악취가 속에서부터 올라온다. 그러므로 구취로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은 가글제만 의지하면 낭패를 겪을 수 있다. 기존의 고약한 냄새에 인공화합물 냄새까지 짬뽕이 되어 더 역한 냄새를 상대방에게 선물할 수 있다. 그래서 소화기와 간의 건강에 힘쓰고 나서 구강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

■좋은 성분을 흡수시키는가?

  갈수록 비싼 제품들이 쏟아진다. 이유는 특별하고 비싼 성분을 넣었다는 것이다. 어떤 회사는 유기농을 표방한다. 그래서 10배 이상의 가격차이가 생기기도 한다. 특별한 성분에는 비타민, 미네랄, 칼슘, 소금, 불소, 자일리톨, 식물성 오일이나 추출물, 프로폴리스, 은나노 등 다양하다. 결론을 얘기하자면 소위 유익한 성분의 흡수는 무의미하고 대신 인공첨가물(계면활성제, 방부제,방향제)에 의한 입안 점막 손상이 더 손해라는 것이다. 우리가 양치질을 하거나 가글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고작 몇분에서 몇초일 것이다. 바쁜 시간도 그 이유겠지만 예를 들어 1시간동안 제품을 머금고 있으면 인공첨가물 때문에 입안이 화끈 거릴 것이다. 유익한 천연성분을 액체상태의 제품에 많이 넣게 되면 그만큼 세균이 번식할 확률이 많아지므로 방부제 또한 더 첨가해야한다. 예전에는 가글제에 알콜을 넣었다 요즘은 알콜의 자극이 강하다는 이유로 다른 성분을 넣는다고 한다. 그래봐야 입안 점막에는 해롭다. 그래서 오랫동안 머금을 수가 없으므로 아무리 좋은 성분을 넣어도 우리 몸에 흡수되기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옛말에 ‘조리에 옷칠한다’격이다.  쌀에서 돌을 추려내는 조리에 비싼 옷칠을 하는 어리석음이다. 차라리 칫솔질에 신경쓰고 향 좋고 몸에 좋은 차나 커피를 머금으며 마시는 것이 좋지 않은가?
 
■충치나 잇몸병균을 억제하는가?

  결론은 일시적으로 억제하지만 세균은 금방 적응하고 진화한다. 그래서 충치와 잇몸병을 일으키는 균(예를 들면 뮤탄수균과 진지발리스균)은 치아사이 틈(치면열구)과 잇몸틈(치주낭)에 잠복하여 다시 음식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린다. 하물며 치솔질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로 가글제로 헹구어봐야 틈새의 균은 커녕 대로변 균도 죽일 수 없다.

왜냐면 세균들은 수 만마리의 균들이 군락(프라그 상태)을 이루어 항생제도 뚫지 못하는 성벽을 10분안에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라그의 벽을 뚫기 위해 강력한 항균제를 쓸수록 입안 정상 점막만 손상될 뿐 세균의 방어벽(프라그 및 치석)에 흠집도 내지 못하다. 동물의 몸에 기생하는 세균들은 가장 취약한 틈을 발견하고 그곳에 집을 짓고 영역을 확대해나가도록 진화하였다.

그곳은 치아뿌리와 잇몸의 경계부이다. 정상인도 그 틈은 1~2mm이므로 조금만 파고들면 4-5mm까지 깊게 만들 수 있음을 세균의 DNA는 알고 있다. 칫솔이나 세치제가 들어올 수 없는 임계점 즉 4~5mm 굴파기의 달인인 세균을 그깟 어설픈 양치질과 가글제로 잡을 수 없다. 왜냐면 해로운 세균들은 치솔과 가글제가 닿을 수 있는 깊이를 넘어서 대부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쁜 세균 좀 잡겠다고 오랜시간 잡다가는 치약의 비누성분(계면활성제)과 화학물질로 착한 세균과 애꿎은 점막만 손상되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정보의 홍수에서 살고 있다. 정보 중에는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지식과 돈과 시간을 탐내는 나쁜 광고가 섞여있기 마련이다. 그럴수록 분야별 전문가의 역할이 크다. 나쁜 광고를 지식이양 말하는 장사치를 향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하지만 그런 지식인은 찾기 힘들다.

되레 양심적인 장사치마저 골목상권에서도 밀려나는 작금의 경제상황은 전문가 집단의 존립마저도 위태롭게 한다. 의료계만 하더라도 양심적으로 적정진료와 예방교육 위주로 하면 적자를 면치 못하는 건강보험 제도 때문이다. 뽑고 임플란트하는 것이 남는 장사이지 1시간 이상 양치질 교육하고 잇몸치료 해봐야 1-2만원 쥐어주는 의료수가로는 스켈링하시라 얘기하고 치약이나 칫솔이나 파는 것이 그나마 양심적이라 하겠다. 

이제는 별 효과도 많지 않은 구강청결제에 돈을 쓰느니 양심적이고 가성비 좋은 의료체계를 만드는데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의학전문기자 김상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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