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믈린성 요리집
-러시아 문학기행
김윤자
오늘 이 시간
우린 모두 황제가 되고, 황후가 되고
클레믈린성의 한 건물을 내어
붉은 성 안에
이방인을 초대하였으니
완벽한 궁전에서, 역사의 내밀한 길을 걸으며
요리보다 맛있는 비경을 마신다.
전통의상을 입은 청년은
살아있는 매 한 마리 쥐고, 입구에 서서
사나운 시간을 잠재우듯
초연한 낯빛으로, 손님에게 모두를 허락하고
세월, 그 위대한 힘이
보드랍게 다듬은, 화사하게 열어놓은
장벽 너머의 고아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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