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지하철
-러시아 문학기행
김윤자
이 나라의 지하철을 탑승하는 것은
이방인에게 있어
러시아의 역사 박물관을 만나는 것이다.
오르내리는 에스컬레이터의
그 깊고, 가파른 지하의 길도
결코 예사롭지 않고
벽면의 벽화들은 살아 일어서서
역사의 그날을 증언하듯
푸른 눈, 푸른 귀로 큰 함성이고
목조 내부의 승차 공간에는
가볍지 않은 러시아의 오랜 향수가 그윽하여서
어스름한 불빛 조명에도
모두들 빛나는 동공이다.
보고, 담아도 중후한 사랑 같은 연민이
좁다란 객실에 줄줄이 흘러
동일한 선상을 달리는 고요 속에, 하나로 붉다.
러시아의 시간 한 가닥을
철선에서 쥐어보는 것도
이 나라의 역사 한마디를 읽고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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