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종합대학 교정에서
-러시아 문학기행
김윤자
지금 이 순간, 누가 날더러
이곳에서 한 가지만
떼어가라 허락한다면
어느 한 귀퉁이 땅 한 자락, 한 뼘이라도
내가 이곳에서
가장 눈 시리게 바라본 것은
독수리가 광폭의 날개를 쳐도
흔적도 없이 아우를 장엄한 숲 물결과
천둥 호령이 떨어져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을 거대한 품자락
로모노소프, 이 학교를 탄생시킨 교수가
아무리 위대한 동상으로 바라보아도
훌륭한 교수에, 훌륭한 인재가 많다는 말도
러시아 최고의 학부라 해도
그러한 것들은 내게 있어 눈먼 이야기고
할 수만 있다면
크고 우람한 대륙의 살점을 떼어다가
내 조국의 숨 가쁜 대학교정에 붙여 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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