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의 아파트
-덴마크 문학기행
김윤자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지만
코펜하겐 뉴하운 노천카페 거리에는
그의 향기로, 그의 문학으로
굵은 맥이 흐른다.
저 분홍빛 아파트에서
전 세계 어린이의 영롱한 양식을
수없이 생산하고
인어 공주로 영혼을 숭고하게 다듬어준
아이들의 아버지가 살았단다.
정작 자신은 평생을 독신으로 살며
쓸쓸히 죽어간 사람
주상복합 건물 사이, 삼층집 창문에는
님을 보내고도
아직 놓지 않는 살빛 언어가
아이처럼, 동화처럼 웃고 있다.
도시를 파고든 바닷물이 들고 나는 물목에서
그날의 뜨거운 영감으로
저작권자 © 미디어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