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본 세계, 노르웨이 [노르웨이 트롤]
시로 본 세계, 노르웨이 [노르웨이 트롤]
  • 김윤자 기자
  • 승인 2018.04.08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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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트롤

-노르웨이 문학기행


김윤자


올덴 마을 할아버지는 분주하다.

브릭스달 빙하를 찾아온 사람들을 오픈카에 싣고

산정을 오르내린다.

비가 오면 춥다고 담요와 비닐을 덮어주는데

아무리 비옷을 입었어도, 우산을 쓰고 있어도

할아버지는 늙은 손으로, 세 사람씩 마주앉은

여섯 명 모두에게 가슴팍까지 씌워준다.

할아버지가 지켜주는

계곡의 물은, 동물은, 나무와 풀은 모두 순결하다.

산 아래 정류장에 하차하여

산 입구에 선 두 개의 커다란 목각 트롤을 만났다.

꼬리를 길게 늘이고, 삐죽한 코, 괴이한 머리

우스꽝스럽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저것은 아까 그 할아버지다.

인상도, 순진함도, 고운 마음씨도 똑같다.

노르웨이 트롤, 산 곳곳, 마을 곳곳에서

자국인을 지켜주고, 이방인을 지켜주는 꿋꿋한 지킴이

때론 무서운 존재로, 때론 아름다운 요정으로

익살스런 괴물, 내 조국 장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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