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감독, ‘동성 성폭행 은폐’ 사실로 드러나…피해자에 협박까지 일삼아
이현주 감독, ‘동성 성폭행 은폐’ 사실로 드러나…피해자에 협박까지 일삼아
  • 박찬정 기자
  • 승인 2018.03.21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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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연애담` 시사회에서 발언하는 이현주 전 감독 / 사진=KBS 뉴스 캡쳐

영화감독 이현주가 성폭행 사실을 조직적으로 축소, 은폐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사고 있다. 당사자가 소속된 한구영화아카데미(KAFA)는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직원 모두 사건을 방관했다.

지난 20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조사위원회는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내에서 이현주 성폭행 은폐하고자 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조사결과를 감사팀에 통보해 필요한 행정 절차를 마쳤다. 규정에 따라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현주의 성폭행 은폐 사실은 지난 2월 한 여성감독의 '미투(Me too)' 고발을 통해 알려졌다. 해당 피해자 A씨는 "동료이자 동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재판 기간 동안에도 가해자는 본인이 만든 영화와 관련한 홍보 활동 및 GV, 각종 대외 행사, 영화제 등에 모두 참석했다"는 내용의 고발을 했다.

특히 해당 피해자는 "재판 기간 내내 진심어린 반성 대신 나를 레즈비언으로 몰고 나의 작품을 성적 호기심으로 연관시키고 내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위장한 관계처럼 몰아가기 바쁜 가해자를 보며 명성이나 위신 때문에 그 쉬운 사과 한마디 못하는 인간을 한 때 친한 언니라고 친구라고 불렀던 내가 밉기도 했다"는 내용을 적어 충격을 더했다.

이현주 감독은 지난 2015년, 같은 영화학교(KAFA) 동기였던 여감독 A씨로부터 강간 혐의로 고소됐다. 피해자는 이현주 감독이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A씨를 상대로 동의 없이 유사 성행위를 했다고 주장했고, 사건 한달 뒤 이현주 감독을 강간 혐의로 고소했다.

피해자와 이현주 감독은 재판을 꾸준히 이어갔고, 이현주 감독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유죄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이현주 감독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성폭력 교육 40시간 이수 명령을 내렸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현주 감독이 그로부터 한 달 전인 11월, 영화 '연애담'으로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는 점이다. 이현주 감독은 피해자의 주장처럼, 영화 '연애담' 개봉 이후, 재판 중임에도 불구하고, 감독이 참석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했다.

또한 이현주 감독은 12월 여성영화인상에서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해 논란이 됐다. 판결 이후 있었던 사항인 만큼, 더욱 논란이 가중됐다. 이에 여성영화인모임 측은 지난 2월 5일 해당 사실을 알고, 이현주 감독의 수상을 취소하기도 했다. 당시 여성영화인모임 측은 "여성영화인의 권익을 옹호하고 성평등 구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현주 감독은 자신의 입장을 해명했다. 특히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소개하며, 그로 인해 피해를 받았다는 내용을 장황하게 적으며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이 억울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현주 감독은 당시 "한국영화아카데미 교수님에게 피해자와의 합의를 부탁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는 다시 한 번 심경글을 게재했다. A씨는 "가해자는 변명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정말로' 내가 원해놓고 뒷통수 친다고 믿고 있는 걸로 보여진다"며 자신이 기억나는 사건의 전말에 대해 부가 설명했다.

특히 이현주 감독은 남자친구에게 해당 사실을 알린 A씨를 협박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특히 피해자는 1심의 판결문을 추가로 공개해 자신의 피해를 입증했다.

그러면서 A씨는 "나의 모교인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진상조사위가 꾸려졌고 관계자분들은 이 사태에 대해 매우 분개하고 있으며 엄중하게 사건을 파헤치고 다룰 것이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넘는 긴 시간이 지난 후 이현주 성폭행 은폐 사실까지 모두 밝혀지며, 이현주 감독의 "억울하다"는 주장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영진위는 이현주 감독의 동성 성폭행 사건을 둘러싼 KAFA의 사건 은폐, 방관, 과실을 모두 인정하고 공식적인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한편 이현주 감독은 해당 사건 이후 영화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사실상 영화계에서 퇴출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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