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호, 버스를 태우고
-노르웨이 문학기행
김윤자
바다를 건넌다 하여
내가 배를 타는 것이 아니다.
나비 같은 하얀 배
페리호가, 가슴팍 다 비워 들어오면
버스가 들어간다.
땅과 땅을 벌려놓은
피요르드 바다가 많아, 바다는
그렇게 사람을 이동시킨다.
물 위 신작로, 바다가 낳은 길
페리호 몸통을 빌어
달려가는 것은 배가 아니라 버스다.
배에서 내린다 하여
내가 내리는 것이 아니다.
버스가 내리고, 나는 버스의 몸속에 있다.
배 안에 있어도
나는 버스 안에 있는 거다.
수없이 타고, 건너던 배와 버스
기묘한 만남, 기막힌 조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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