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디어 = 메시지 이론
[칼럼] 미디어 = 메시지 이론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6.06.2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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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한국 편집국기자]이 글은 다음 백과사전에 게재된 글이다. 원제는  미디어 = 메시지 이론이며 부제는 왜 우리는 ‘옷이 날개’라고 말하는가?이다. 본지의 미디어한국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미디어시대에 올바르게 미디어의 이해를 돕기 위해 게재한다.

   캐나다의 커뮤니케이션 학자 마셜 매클루언(Marshall McLuhan, 1911~1981)은 1964년

에 출간한 『미디어의 이해(Understanding Media: The Extensions of Man)』에서 미디어를 '인간의 연장(extension of man)'으로 이해했다. 이 아이디어는 "지구상의 모든 도구와 엔진은 인간의 수족과 감각의 연장일 뿐이다"고 말했던 시인 랠프 월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1803~1882)에게서 빌려온 것이다.

  이 아이디어에 따르면 책, 자동차, 전구, 텔레비전, 옷 등 무엇이든 인간의 신체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들은 모두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자동차는 다리의 연장이고 옷은 피부의 연장인 셈이다. 언어는 '인간 테크놀로지(human technology)'로서 인간의 생각을 외면화해 연장시키는 미디어인 셈이다.

  매클루언은 "미디어는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이 말은 아주 쉽게 말해서 "옷이 날개"요, "옷이 곧 그 사람의 얼굴"이라는 세속적 상식으로 이해해도 큰 무리는 없다. 사람들은 알맹이보다 외양에 관심이 많다. 메시지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따지기보다는 그 메시지를 담고 있는 그릇, 즉 미디어에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매클루언은 한마디로 "미디어의 '내용'이란 도둑이 마음의 개를 혼란시키기 위해 던져주는 고기 덩어리와 같다"고 단언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디어는 마사지(massage)"이기도 하다. 매클루언은 이렇게 말한다. "모든 미디어는 우리를 압도하고 있다. 미디어의 영향력은 개인적·정치적·경제적·심미적·심리적·도덕적·윤리적·사회적으로 워낙 강력해 우리의 어떤 부분도 그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디어는 마사지이다. 사회적·문화적 변화에 관한 어떤 이해도 미디어가 환경으로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매클루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미디어가 곧 메시지"라고 하는 명제는 미디어의 내용이란 그것을 전달하는 미디어의 기술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는 전제에 근거하고 있다. 더 쉽게 설명해보자. 어느 정치인의 연설이 라디오와 텔레비전에 의해 동시 중계된다고 생각해보자. 그 정치인의 연설을 라디오로 듣거나 텔레비전으로 보고 듣거나 메시지는 동일하다. 아니 동일해야만 한다. 그러나 라디오로 그 연설을 들은 사람과 텔레비전으로 그 연설을 보고 들은 사람 사이에는 그 메시지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큰 차이가 존재한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똑같은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는 것과 비디오로 보는 것을 비교해보자. 그 영화의 메시지는 분명히 같아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는 것과 비디오로 보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이 두 가지 경우에 메시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미디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차이, 영화와 비디오의 차이는 메시지에 영향을 미친다. 매클루언은 그 영향을 강조하기 위해 '미디어는 메시지'라고 하는 과장법을 사용한 것이다.

  1960년 미국 대통령 선거 사상 최초로 시도된 텔레비전 토론을 사례로 삼아 더 설명을 해보자. 공화당 후보 리처드 닉슨(Richard M. Nixon, 1913~1994)과 민주당 후보 존 케네디(John F. Kennedy, 1917~1963)가 대결한 이 토론은 사실상 케네디의 승리로 끝나 그의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부통령을 지낸 거물 정치인인 닉슨에 비해 정치 경력도 떨어지는데다 가톨릭이었던 케네디가 여러모로 불리한 선거였지만 케네디에겐 텔리제닉(telegenic, 외모가 텔레비전에 잘 맞는)하다는 강점이 있었다. 매클루언을 포함한 많은 전문가가 바로 이 토론 때문에 닉슨이 선거에서 패배했다고 주장했으며, 케네디도 선거 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텔레비전 토론이 없었더라면 자신이 이길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한 가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은 텔레비전이 아닌 라디오로 토론을 들은 청취자들 가운데에는 닉슨이 토론에서 이겼다고 생각한 사람이 더 많았다는 점이다. 왜 그런 차이가 생긴 걸까? 케네디는 유권자들에게 더 생생하게 보이기 위해 미리 하루 종일 잠을 푹 자 두었으나 닉슨은 전염병으로 2주 동안이나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퇴원해 지친 상태에서 전국목수협회에서 연설을 했고 차에서 내리다가 무릎까지 다쳐 선거 참모들에게서 조금이라도 분장을 하라고 권고를 받을 정도였다.

  그런 컨디션 문제 때문에 닉슨은 토론 도중 이마와 윗입술 사이로 땀을 뻘뻘 흘렸고 자주 땀을 닦는 모습이 화면에 나타났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는데도, 시청자들은 닉슨이 케네디와의 논쟁에서 수세에 몰려 진땀을 흘리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장면을 연출하도록 한 주인공은 바로 케네디의 참모였다. 케네디의 참모와 닉슨의 참모는 화면을 결정하는 담당 프로듀서인 CBS-TV의 돈 휴잇(Don Hewitt, 1922~2009)을 사이에 두고 앉았는데 당시의 상황을 케네디의 참모는 이렇게 말했다.

  "닉슨을 보면 나는 그가 땀을 흘리기 시작하는 것을 본다. 또 조명으로 인해 턱수염이 강하게 부각된다. 사실 그는 말끔히 면도를 한 상태지만 조명에 신경을 쓰지 않은 탓으로 수염의 그림자가 생기고 마치 4시나 5시가 된 것처럼 우중충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가 땀을 흘리면 나는 즉시 '휴잇, 닉슨 얼굴 잡아. 우리 쪽 얼굴이 세 번이나 더 나왔어. 이제 닉슨 차례야'라고 외쳤다. 이러한 주문에 휴잇은 미칠 지경이었다."

  이른바 '5시 수염(five o'clock shadow)'의 문제였다. 아침에 깎은 수염이 저녁에 거뭇거뭇 자라 있는 모습을 나타내는 영어 표현이다. 미국인들의 일상이 대개 오후 5시면 끝나기 때문에 이 말이 생겼다. 그런데 닉슨은 하루 종일 이런 모습으로 있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닉슨은 분장을 하라는 참모들의 제의를 묵살하고 피곤하고 텁수룩한 모습으로 그냥 나가, 이 말은 닉슨의 별명이 되었다.

  즉, 미디어라고 하는 기술은 그 기술에 담기는 메시지가 무엇이든 일정 부분 그 메시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라디오에 출연해서 노래를 하든 텔레비전에 출연해서 노래를 하든 그 노래라고 하는 메시지엔 아무런 차이가 없지만, 그 노래를 받아들이는 수용자에게는 라디오에서 듣는 노래와 텔레비전에서 보고 듣는 노래가 같을 수는 없으며 심지어 정반대의 느낌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그 차이는 라디오라고 하는 기술과 텔레비전이라고 하는 기술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라디오 스타가 텔레비전에서도 스타가 되는 경우도 많고 그 반대도 성립하지만, 어떤 라디오 스타는 텔레비전에 전혀 어울리지 않거나 반대로 어떤 텔레비전 스타는 라디오에선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 또한 '미디어=메시지' 이론을 뒷받침해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소셜 미디어는 어떤가? 페이스북은 이제 아이폰, 노트북, 데스크톱 컴퓨터, 아이패드에서뿐만 아니라 대형 텔레비전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 A. K. 프라딥(A. K. Pradeep)은 소셜 미디어는 더는 전달 체계를 가지고 정의할 수 없으며, 따라서 미디어는 '맥락'이기 때문에, 미디어는 더는 메시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매클루언이 살아 있다면, 그런 '맥락'마저 미디어라고 했을 것 같다.

그 밖에도 매클루언의 주장에 대한 반론은 많지만, 그것이 50년 전에 나온 것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의 주장이 한계는 있지만, 매클루언이 올바른 문제 제기를 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미디어의 내용이란 그것을 전달하는 미디어 기술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고 하는 그의 주장은 그 정도가 문제일 뿐 기본적으론 유효하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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