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는 #미투 운동, 이번엔 종교계…“천주교 수원교구 신부, 사제직 박탈”
번지는 #미투 운동, 이번엔 종교계…“천주교 수원교구 신부, 사제직 박탈”
  • 박찬정 기자
  • 승인 2018.02.24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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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KBS 뉴스 캡쳐

문화예술계를 휩쓴 미투(#MeToo·나도 당했다)운동이 종교계로까지 번졌다. 천주교 수원교구 소속 한모 신부가 7년전 해외 선교지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여성 신도를 성폭행 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여성 신도 김민경씨는 24일 KBS 9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11년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 봉사활동 당시 한 신부로부터 수차례 성폭행을 당할 뻔 했다고 폭로했다.

김 씨는 “식당에서 나오려하는데 (한 신부가)문을 잠그고 강간을 시도했다”며 “성폭행 시도는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이어졌다. 손목을 잡힌 채 저항하다가 제 팔에 제 눈이 맞아 눈에 멍이 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음날 (한 신부의)후배 신부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며 “그 분들도 거기서 살아야 됐고 그 선배 사제의 막강한 파워, 온 지 얼마 안 된 후배들은 모든 걸 그 선배 사제한테 인수인계를 받아야 했고, 물어봐야 했고,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토로했다.

보도에 따르면 가해자는 천주교 수원교구 소속의 한모 신부로, 故 이태석 신부의 뒤를 이어 2008년부터 4년 동안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선교활동을 펼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KBS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에도 이태석 신부와 함께 등장하며 사목활동에 열심인 사제로 부각되기도 했다.

김 씨는 “(이후에도 한 신부는)클립 같은 걸로 문을 따서 방으로 들어와 움직이지 못하게 나를 잡고는 ‘내가 내 몸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네가 이해를 좀 해달라’고 하더라”며 “그런 일이 있고 난 다음엔 어쨌거나 미안하다, 잘못했다, 용서해 달라 사죄를 하고 그래서 용서를 받아주고 화해를 하고 그러면 같은 일이 또 반복이 됐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7년여 동안 피해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최근 미 운동에 힘을 얻어 방송에 이 같은 사실을 제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회 안에서 이런 문제가 상당히 많다. 나도 미투 운동이 없었다면 아마 무덤까지 가져갔을 것”이라며 “내 딸이 나중에 커서 이런 일을 안 당했으면 좋겠지만 만약에 당한다면, 나처럼 침묵하지 말고 얘기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천주교 수원교구는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한 신부를 정직 처분했다고 23일 밝혔다. 정직 처분은 일시적으로 직무를 정지시키는 처분이다. 일정 기간 회개의 시간을 가진 뒤 사제직을 환속하는 ‘면직’ 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신부는 최근 자신이 소속돼 있던 정의구현사제단에서도 스스로 탈퇴했다.

천주교 관계자는 “6, 7년 전 일어난 사건으로 해당 신부가 모든 사실을 인정해 중징계를 결정했다”며 “사제직 박탈 여부도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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