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해의 일출
김윤자
어머니가 나를 낳으실 때도
하늘은 저렇게 붉었으리라
한 생명을 탄생시키기가 저리 힘겨워서
바다는 오랜 산통이다.
정직한 고통과 정직한 노력으로
출산시켜야 한다는 진리의 깃발이다.
헬싱키에서 발트해를 달려
스톡홀름으로 가는 유람선, 실야라인
십이 층 갑판을 새벽 두 시부터 오르내리며
나, 또한 진한 산통으로 해를 기다린다.
위대한 탄생이다.
새벽 다섯 시, 짠물을 깨고 나오는 태양
백지의 포대기에 담아도
이미 하늘은 축복의 연주로 보석 융단이다.
나의 어머니가 나를
우주에 점 하나로 놓으실 때도
하늘은 저렇게 찬란하였으리라
생의 여정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
숨 쉬는 내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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