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문학) 신년음악회- 동강 접산에서 왈츠 선율에 취하다!
(여행문학) 신년음악회- 동강 접산에서 왈츠 선율에 취하다!
  • 황문권 기자
  • 승인 2018.01.28 2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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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한국. 영월,동해= 박용신 논설위원장] 저 산, 무진 속에서 해가 오르자, 경쾌한 왈츠의 선율이 숲속을 깨운다. 서리꽃 단장한 나목(裸木) 오케스트라가 들려 주는 신년음악회, 왈츠가 행진곡으로 바뀔 즈음, 송년파티 과음으로 늦잠을 주무시던 하느님도 기침을 하시고, 선잠을 깬 다람쥐도, 옹달샘 찾은 아기사슴도 귀 기울여 환희의 송가를 듣는다. 살아 숨쉬는 자연의 모든 것들이 경건하게 예배 올리는 신 새벽의 아침, 나도 조용히 두 손을 모아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붉게 떠오르는 태양을 가슴에 안고 환희와 희망이 가득한 새날, 산의 정상에서 신선한 새벽 공기를 깊게 호흡한다. 곁에 그대가 있어 안심인 시간, 숨차게 달려온 젊음의 시간들이 파노라마되어 빠르게 지나가고 잔잔한 미소가 입가에 번진다. 유행가 가사처럼 "사랑한다"는 그 작은 한마디에도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할, 이 시대의 아내들을 위하여 큰 소리로 "사랑한다"고 외쳐 준다. 대한민국에서 남편으로 산다는 것, 성공이 아니었더라도 묵묵히 지켜보아 주고 응원해준 고마움에 대하여, 방황의 시간들을 끝내고 돌아가 쉴 수 있는 거기, 그대의 곁, 살뜰히 챙겨 온 보온병에서 물을 따라 커피를 타 주는 명태같은 그대의 손등을 보며 울컥, 뜨거움, 종이컵에서 따스한 체온을 느끼며 마시는 커피 한 잔, 온 몸에 행복 바이러스가 알싸하게 번진다.

신년 아침 식사를 영월 마차리에 사시는 천년지인 금자씨네 친정어머니 댁으로 가 만두국을 먹었다. 딸보다도 우리 아들, 사위 왔다고 더 좋아 하시는 어머니, 우르르 몰려갔으니 팔순 노모가 힘이 드셨을 텐데, 언제 이렇게 많은 만두를 빚어 놓으셨는지. 참 잘 왔다고 눈가에 함박꽃이 피셨다. 우리시대 어머니 들은 그랬다. 한 숟갈이라도 더 먹이려 애쓰시는 모습에서 못 살던 시절, 7~80년대 우리들의 어머니상을 보며 눈시울이 붉어왔다. 이렇게 고마운 분들이 아직 계시기에 세상은 살만하지 않은가?

30여년 만인가? 기억도 가물가물한 내자와의 여행, 밤새 예고도 없이 영월 금자씨네를 달려가 2017년 송년을 보내고 접산에서 2018년 해맞이 새해를 맞았다. 특별할 것도 아닌 일들이 특별해졌다. 눈이 펑펑 내리던 30여년 전, 12월 31일 청량리 대왕코너 예식장에서 우린 결혼식을 올렸는데, 어쩌다 이야기 끝에 결혼기념일이 거론되어 축하해 준다는 핑계로 동해 삼척으로 달려가 근덕, 자그만 해변가 펜션에서 세 가족이 이틀째 밤을 보냈다.

만항재 고백/ 박용신

즈려 세사(世事),
매듭지어
동지상절 상고대로
만항재에 살자던 님!

겨울애사(愛死,이별)
찬 바람은
고뿔처럼 잦은 능사!

돌아서는 님이시야
고샅길에 그림자로.

능선 넘어 메아리진
내 목소리 잊었겠나.

토담집 봉당위에
양광 쬐는 백치처럼

하얗게 더 하얗게
옥양목에 순수로운
아, 그대! 배냇 눈꽃향이여!

앙상한 가지새로
겨울새가 물고 떠난
햇살 비낀 추억 한 줌,
보고싶겠다.

저 산 언저리
산문(山門)을 열고

얼마쯤 더 가야

그리움은 마침으로
사랑이라 말을 할까?

(함백산 만항재에서 고백을 하다.)

밤새 이야기 꽃을 피우고 즐거워하는 아내와 남편들을 보며 나이가 들수록 주책스럽지만, 소소한 일상에서 서로의 작은 관심과 배려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새삼 느낀다. 중년을 넘을 수록 남자들이 잘 토라진다. 그건 무슨 이유인가? 일전 결혼기념일 날, 모처럼 맛있는 식사도 하고 노래방 갈 것을 잔뜩 기대 했던 남편이 이래저래 아내가 유명 인사인 관계로 찾아오는 손님들을 챙기다가 노래방 가야하는 약속을 져 버렸었는데, 그 일로 남편은 삐쳐서 베개 챙겨 건너방 생활을 시작했고, 영문도 모른 체, 너할 테면 해 봐라, 서로 냉전에 돌입하고, 한참을 칼바람이 불었었는데, 얼마를 지나 아내는 다른 사람 입을 통해 그 이유를 알게 되고, 어이가 없어 하든 일, 결국 전쟁은 얼마 못 가 끝이 났지만, 이야기를 들으니 별것도 아닌 것을, 누구나 나이가 들면 남자는 밴댕이 속알 딱지가 되나 보다.

1월2일, 밤을 지새고 아침 바다로 나아갔다. 정확히 7시 38분 멀리 수평선으로 둥근 해가 떠 오른다. 국가의 안녕과 나와 인연 지어진 모든 이들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는 기도를 드린다. 언제나 솟아 오르는 태양을 보면 벅찬 감동으로 가슴이 울렁 거린다. 집으로 오는 길, 노래방의 주인공 금자씨 남편 아무렴(최석공 60)에게 좋아하는 김광석 노래 "너무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다음에 꼭 와서 노래방 같이 가자고 약속을 하고 연습 많이 해 두라 당부 한다. 정말 어려웠던 2017년, 왠지 모두가 잘될 것 같은 2018년, 새해 첫, "여행문학 풀잎편지"를 접산과 동해에서 전한다.

지난 한해, 서울시정일보와 여행문학을 사랑해 주신 독자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저희 제위 서울시정일보는 2018년 무술년에도  황문권 대표를 위시, 임직원 모두 모든 분야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미디어한국. 서울시정일보 논설위원장 박용신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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