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한글로 세계 문화강국을 만든다
[오피니언] 한글로 세계 문화강국을 만든다
  • 오양심 논설위원 기자
  • 승인 2017.11.2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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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양심 전 건국대학교 통합논술 주임교수

[미디어한국 오양심 논설위원]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 생활을 풍족하게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다’는 ‘백범 김구’가 쓴 글이다. 그를 떠올리면 문화강국을 연상하게 한다. 살아생전 국가와 민족을 위해 끈기와 집념을 불태웠던 ‘김구’가 살았으면 틀림없이 는 휘호를 썼을 것이다.


휘호(揮毫)나 휘필(揮筆)은 붓을 휘두른다는 뜻으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을 말한다. 친필 휘호는 선물 받는 사람에게 글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강력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친필 휘호는, 국민들에게 또한 세계 각국에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통령은 휘호 쓰기를 즐기고 있다.

이승만은 우리나라의 초대 대통령이다. ‘무적해병’은 이승만대통령이 쓴 휘호이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일천구백오십일년 팔월 전투에서 세운 공을 치하하기 위해 해병대 본부에 수여한 바 있다. 일천구백육십년 일월 일일(동아일보)에는 ‘인유학식 연후 사상급언론 자연고명(人有學識 然後 思想及言論 自然高明)’이라는 신년휘호를 썼다. 사람은 학식이 있고 난 뒤에야, 사상과 언론이 자연스럽게 높고 밝아진다는 뜻의 휘호 옆에 ‘경자원단 우남'이라고 쓰여 있다.

박정희는 우리나라의 제5·6·7·8·9대 대통령이다. ‘혁명완수(革命完遂)’는 대통령 직무대행을 수행한 육십이년에 썼다. 일십 팔년 오 개월을 집권하는 동안 휘호를 적극 활용했다. 전국의 비석과 현판 등에 1200여점의 휘호를 남겼다. 국내외 외교 활동을 하는 동안 지필묵을 아예 갖고 다녔다. 특히 박정희대통령은 신년휘호를 목표와 수단으로 활용했다. 새마을 운동이 본격화 될 때는 ‘근로애국(勤勞愛國)’‘복지경제(福地經濟)’‘국력배양(國力培養)이라는 휘호를 썼다.

김대중은 우리나라 제15대 대통령이다. ‘경세제민(經世濟民)’이라는 휘호를 썼다.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한다는 뜻의 휘호를 IMF 구제금융 사태 직후에 썼다. 그 다음에는 ‘양춘포덕택 만물생광휘(陽春布德澤 萬物生光輝)’라는 휘호를 썼다. 따뜻한 봄기운이 은덕과 혜택을 베풀어 모든 생물이 빛난다는 뜻이다. 그 후에는 ‘민주회복조국통일(民主回復祖國統一)’이라는 휘호를 썼다. 통일염원의 휘호였다.

백범 김구는 독립운동가이며 정치가이다. 역대 정치가중에서 국민에게 가장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그가 쓴 ‘양심건국(良心建國)’은 후대에게 ‘한 치의 부끄러움 없이 나라를 세우자’는 뜻이다. 대한민국의 대표 휘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직 애국심으로 민족통일을 염원하며 ‘양심건국’을 쓴 것이다. 김구선생이 해방직후에 쓴 이 휘호는 해방 후의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승만이 만든 우파, 박헌영이 만든 좌파, 김규식이 만든 중도파로 우리나라는 혼란의 극치였다. 전두환, 노태우, 두 대통령의 휘호가 빛을 발휘하지 못하고 암흑 속에 묻혀 있는 것도 권력이나 이념의 야망으로 국민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가인 김구를 비롯한 모든 대통령들이, 우리의 위대한 문화유산인 한글을 놔두고, 거의 한문으로 휘호를 썼다는 부끄러움이 앞선다. 철학도 줏대도 없이, 친구 따라 강남을 간다는 추우강남(追友江南)한 꼴이라서 안타까울 뿐이다.

휘호는 예술성보다는 정치성과 역사성 그리고 통치자의 통치철학과 성품을 반영한다. 여러 대통령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특히 백범 김구는 애국자로 민족의 지도자로, 국민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진심으로 ‘양심건국(良心建國)’이라는 휘호를 썼다. 우리 국민 모두는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라고 강조했던 백범 김구의 정신을 이어받아, 문재인 대통령이 는 휘호를 썼으면 한다. 지구촌 74억 식구가 이 세상에서 가장 배우기 쉬운, 한글을 선호하기를 학수고대한다.

서울시정일보 / 오양심 전 건국대학교 통합논술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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