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저출산 대책? “웃기지 말라고 하세요”
(칼럼) 저출산 대책? “웃기지 말라고 하세요”
  • 황문권 기자
  • 승인 2017.10.25 2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개원초등학교 인성강의 모습

[미디어한국 황문권 기자] 문재인 정부가 인구절벽을 앞두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저출산 대책이 과연 우리의 현실에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는 결혼 적령기인 주변의 지인 A씨에게 저출산 문제에 대해 물었다. 결혼적령기인 34세에 3년을 넘게 만난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A씨는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울분을 토했다.

“저출산 대책? 웃기지 말라고 하세요. 빚내서 집을 구해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라 하는데 그 엄청난 빚을 않고 어떻게 아이를 낳아 키웁니까?” 단순하지만 현 정부의 저출산 대책의 맹점을 꼬집는 한마디였다.

실제로 저출산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가 결혼적령기인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존재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남성들은 군대 2년과 취업 준비기간 2년을 포함해 대다수가 결혼적령기인 28~32세에 취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 나이에 결혼을 하지 못한다. 짝을 못 만난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의 이들은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

A씨도 이 경우에 속한다. A씨는 서울 시내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3년이 넘는 취업준비 기간을 거쳐 현재 중견기업에 입사해 연봉 3200만원 가량을 수령 중이다.

그는 입사한지 4년이 넘었지만 결혼 준비자금으로 6000만원 가량을 모았을 뿐이다. 그 근본적 이유는 3천만원이 넘는 학자금대출 탓이었다.

“입사한 지 1년차에는 취업준비를 도와주신 부모님께 선물도 사드리고 여행도 보내드리고 정신이 없었어요. 얼마 되지 않는 월급으로 여기저기 감사를 표시하다 보니 돈이 부족했어요”

“그리고 2년차와 3년차에는 학자금대출을 상환했어요. 기본적 생활비와 집 월세를 내고 대출과 이자를 상환하니 들어오는 월급은 사이버머니에 불과하더라고요”

“30살이 다 되가는 여자친구와 결혼을 해야 하지만 정말 아끼고 아껴 모은 돈은 육천만원 남짓에 불과합니다. 저희 직장까지 그나마 출퇴근이 가능한 곳 아파트는 거의 전세가 2억 초·중반이 다되고요. 그 마저도 구하기도 힘들죠”

“정부에서 지원하는 저리융자를 받아 집은 구할 수 있죠. 그런데 그렇게 결혼해서 과연 행복할까요? 애라도 생기면 어쩌죠? 애가 생기면 분명 한명은 휴직을 해야할테고 그러면 1억원이 넘는 빚은 누가 갚고 애는 무슨 돈으로 키우죠?”

이 이야기는 분명 A씨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혹자는 대한민국은 땅덩어리가 작은 나라이고 그래서 아파트와 같은 주택구조가 있는 것이라고들 이야기한다.

그러나 성냥갑 같이 늘어서 있는 아파트 그것도 경기도 외곽으로 나가면 미분양으로 늘어서 있는 아파트를 구하지 못해 결혼을 하지 못하는 사회가 과연 정상적인 사회일까?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이 성냥갑 같은 아파트 한 채를 사기 위해 수십년간 노동을 한다. 그리고 정년퇴직을 하면 이 아파트를 유일한 재산으로 가지고 불안정한 노후를 맞이한다. 이러한 사회에서 과연 누가 자신의 삶의 가치를 찾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둘째로는 육아문제를 들 수 있다. 필자는 이 문제에 대한 실제 경험을 듣기 위해 모 언론사에서 근무하다 회사를 퇴직하고 4살짜리 여자아이를 육아 중인 L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힘들죠. 육아문제.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는 정신이 없다고들 하더라고요. 그런데 무엇보다 큰 문제는 경제적 문제입니다. 저는 기자생활을 3년 넘게 했지만 소규모 언론사에서는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가 없는 현실이고 결국 그만 둬야 했어요. 남편은 직장이 멀고 육아를 도와 줄 수 없는 형편이니까요”

“그만두고 나니까 당장 경제적인 문제가 닥쳐오죠. 처음 2년은 괜찮았아요. 모아둔 돈이랑 남편 월급으로 생활은 괜찮았죠. 그런데 아이 키우는데 돈이 많이 드니까 모아둔 돈은 금방 다 쓰고 결국 마이너스 통장을 뚫었죠..”

“친구는 시댁에서 아이를 봐주고 해서 직장에 계속 다니는데 부럽기만 해요. 저는 그럴 형편이 아니니까.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면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하는데 다시 복귀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네요”

육아문제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겪는 문제이다. 부모의 속도 모르고 24시간 붙어있어야 하는 육아 초기에는 부부 중 한명은 사실상 직장생활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육아휴직을 마음껏 사용하기에 노동환경이 너무나도 열악하다. 이에 따라 필자는 이 문제에 있어 정부정책의 근본적 패러다임을 바꿀 것을 주장한다.

현 정부의 저출산 대책의 일환인 육아휴직 장려는 문자 그대로 장려일 뿐이다. 정부는 이 ‘장려’라는 글자를 ‘주도’로 바꿔야 한다.

여기서 ‘주도’라는 의미는 정부가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고용주 처벌조항을 만들거나 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어느 고용주가 자신의 직원이 육아휴직을 쓰는 것을 달가와 하겠는가. 소규모 언론사를 운영 중인 필자도 만일 직원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겠다고 하면 속으로는 직원에 불만감을 가질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수해서라도 정책적으로 육아휴직에 대한 정부보조금을 확대해야 한다. 인센티브 형식이 아닌 의무보조 비율을 대폭 확대해 고용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어린이집 문제로 부모들이 겪는 고통을 직시해야 한다. 자신의 아이를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은 것은 부모의 본능이다. 자신의 자녀를 좋은 어린이집을 보내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부모들을 위해 그 누구보다 안전하고 시설이 잘 갖춰진 어린이집을 예산을 들여 더 만들어야 한다. 저출산과 관련된 정부정책에 적자를 두려워 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 정부와 공기업을 합친 공공부문은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거니와, 특히 2016년은 40조원이 넘는 막대한 흑자를 기록했다. 이 중 국민들의 주거복지를 담당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도 역시 흑자를 기록했다. 이런 국가적 위기 속에 이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저출산 문제를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당선 이후에도 “지난 10년 동안 저출산 대책에 100조원을 투자했지만 아직까지 해결되고 있지 않다”며 “국가적 위기이므로 모든 것을 총동원 해달라”고 관계부처에 당부했다.

그러나 관계부처의 공무원들은 여전히 현실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정책은 땜질식 처방일 뿐 근본적 해결에는 거리가 존재한다.

‘아동수당’을 몇십만원 준다고 ‘A씨가 아이를 낳겠다고 나설까?’ 신혼부부에게 저리로 융자를 진행한다고 원금을 상환할 기약이 없는 ‘1억원이 넘는 돈을 대출 받아 결혼을 할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장기적 플랜이 필요하다. 정권이 바뀌고 공무원이 바뀌더라고 10년 넘게 장기적으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며, 정책은 현실에 부합해야 한다. 플랜을 세울 때는 50~60대의 교수나 공무원들이 아닌 ‘헬조선’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청년들이 참여해야 하며, 어린 자녀의 손을 붙잡고 바쁜 출근길에 달리기를 하는 엄마들이 참여해 현장의 생생한 소리를 정책에 담아내야 '헬조선'이라는 말이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