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일 국보에 담긴 천년 미소
(문화) 한·일 국보에 담긴 천년 미소
  • 이정우 기자
  • 승인 2016.06.08 2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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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국보 제78호인 금동미륵반가사유상(높이 82cm)과 일본 나라현 주구사 소장의 국보인 목조반가사유상(높이 167.6cm). 비슷한 듯 다른 모습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미디어한국//이정우기자)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 형태는 아주 단출하다. 단 두 개의 불상이 10m 떨어진 거리에 마주 보고 전시되어 있다.

  전시실에는 불상 외에 아무런 요소도 없다. 그러나 이들의 존재는 공간을 가득 메울 만큼 충분한 아우라를 가진다. 세계 4대 반가사유상 중 두 점인, 우리나라 국보 제78호인 ‘금동미륵반가사유상’과 일본 나라현 주구(中宮)사 소장의 국보인 ‘목조반가사유상’이다. 양국의 국보는 100년의 시간 차를 두고 각각 6세기 후반 삼국시대와 7세기 후반 아스카 시대에 제작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015년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기획한 특별전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이다. 두 불상이 한자리에서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더군다나 일본의 반가사유상이 본국을 벗어난 첫 해외 나들이라 더욱 의미 깊다.

  5월 24일부터 6월 12일까지 3주간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며, 더 많은 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휴관 없이(나머지 전시실은 매주 월요일 휴관) 무료로 진행되고 있다.

  반가사유상은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무릎에 얹고 손가락을 뺨에 댄 채 생각에 잠긴 보살상으로, 출가 전 인간의 생로병사를 고민하며 명상에 잠긴 싯다르타 태자의 모습에서 비롯됐다.

  한·일 두 나라가 공유한 불교 사상의 한 부분을 보여주는 두 작품은 비슷한 듯 다른 모습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이번 전시를 담당한 국립중앙박물관 연구기획부 권강미 학예연구사는 두 작품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두 작품은 모두 반가부좌를 하고 사유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지만, 재질이나 크기, 장식 면에서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두 작품이 각각 전시됐을 때도 의미 있지만 이렇게 한자리에서 두 작품을 비교해보며 감상한다면 각각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면서도 두 작품이 얼마나 우수한지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두 불상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재질이다. 우리나라 반가사유상은 금동으로 주조했고, 일본의 경우 녹나무(樟木)를 깎아 만들었다.

  “삼국시대에는 불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나 반가사유상을 금동으로 주조했습니다. 금동이지만 굉장히 세밀한 세공 기술을 만나볼 수 있어요. 반면 일본에는 나무가 풍부해 목조를 택했죠.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재질입니다. 일본은 목조상을 구현하기 위해 여러 부재를 조합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조합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문화와 환경적인 요인 등 당시 상황을 상상하면서 감상한다면 더 뜻깊을 거라 생각합니다.”

  반가사유상은 한·일 두 나라 교류의 증거


  6월 21일부터는 도쿄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전시


  우리나라의 미륵반가사유상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띤 채 두 눈을 지그시 감은 모습으로 사유에 든 보살의 무한한 평정심과 숭고한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이 작품이 주목받는 이유는 실제로는 공존하기 어려운 ‘반가’와 사유’라는 복잡한 두 가지 자세를 자연스럽게 구현했을 뿐 아니라, 화려한 장신구나 유려한 천의 자락을 일정한 두께로 주조한 금동불상이기 때문이다.

  이는 당대 최고의 뛰어난 조형 감각과 첨단 주조 기술이 조화를 이루었기에 가능했다.

  일본의 반가사유상은 두 개의 상투를 튼 듯한 머리 모양에, 윤곽선이 없이 두툼한 눈과 입가에 살짝 미소를 머금어 명상에 잠긴 모습이 인상적이다.

  상반신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반면, 높고 큰 대좌(의자) 위로 치맛자락이 겹겹이 흘러내린 모습은 우리 반가사유상의 영향을 엿보게 한다. 그러나 거대해진 둥근 의자와 상체를 세워 고개를 들고 있는 점은 일본만의 독창적인 조형 감각을 보여준다.

  두 작품 모두 당시 유행한 ‘미륵신앙’을 바탕으로 조성된 불상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미륵신앙은 먼 미래에 중생을 구제할 미륵보살에 대한 신앙이다. 비록 겉모습은 달라 보이지만 제작의 속뜻이 같은 두 반가사유상은 한·일 두 나라 사이에 있는 오랜 문화 교류의 역사를 보여주는 증표이기도 하다.

  “반가사유상을 포함한 모든 불상은 불교가 탄생한 인도에서 시작됐습니다. 이러한 자세의 불상이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 한국, 일본 등 동쪽으로 퍼져나갔죠. 두 작품은 100년이라는 시기적 차이, 양국의 문화적 차이를 뚜렷이 나타내면서도 ‘미륵신앙’이라는 공통적인 신앙적 배경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일본인들도 많이 방문한다고 한다. 일본의 반가사유상이 주구사 본전에 있을 때보다 더 감상하기 좋기 때문이다.

  “일본 반가사유상은 본전에 있을 때는 봉안되어 있어서 앞모습밖에 볼 수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 전시실에서는 네 방향을 모두 볼 수 있게 전시했죠. 좀 더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전시된 두 점의 반가사유상은 4대 반가사유상 중 확연히 다른 특징을 가진 두 점을 골라 전시함으로써 비교 가능하도록 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두 점은 어디에 전시되어 있을까? 하나는 일본 교토시 고류사에 있으며, 나머지 하나는 바로 같은 장소인 중앙국립박물관 상설전시장 3층 불교조각실에 전시되어 있다.

  “이 전시를 보고 난 분들이라면, 상설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겨서 국보 83호 반가사유상까지 감상하길 바랍니다. 반가사유상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더 뜻깊은 감상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두 반가사유상의 특별한 만남은 서울 전시가 끝난 뒤 6월 21일부터 7월 10일까지 3주간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본관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이어진다.

사진 · 국립중앙박물관 / 도움말 · 권강미(국립중앙박물관 연구기획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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