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엄마 아빠, 도서관으로 봄나들이 가요~
(문화)엄마 아빠, 도서관으로 봄나들이 가요~
  • 이정우 기자
  • 승인 2016.05.19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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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한국//이정우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15년 국민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평소 독서를 충분히 하지 못하는 이유로 성인 10명 중 3명(34.6%)이 “일 또는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바쁜 일상에 책이 늘 뒤로 밀리는 것이다. 이번 중점기획에서는 일상이 너무 바빠 책 읽을 시간이 없는 이들도 저절로 책이 읽고 싶어지는 도서관과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지닌 동네서점을 소개한다. ‘도서관의 봄, 책을 봄, 미래를 봄’. 올해 도서관주간의 표어였다. 책을 보는 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힘도, 미래의 봄날도 찾아줄 수 있다는 이 표어처럼 책과 함께 나의 따뜻한 봄날을 찾아보자.

자연 속에서 예술과 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안양파빌리온 공원도서관은 쇠락한 유원지를 예술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시켜 조성한 안양 공공예술 프로젝트(Anyang Public Art Project, APAP)의 일환으로 문을 연 국내 첫 공공예술도서관이다. 이용객들은 도서관과 바로 옆에 펼쳐진 넓은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책을 볼 수 있으며, 예술도서관답게 곳곳에 전시된 여러 공공예술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안양파빌리온은 포르투갈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로 시자가 2005년 설계한 건축물로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인 작품이다. 그동안 그의 이름을 따 ‘알바로시자홀’로 불렸지만, 시민들이 공공예술을 체험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바뀌면서 ‘안양파빌리온’이라는 명칭으로 2013년 새롭게 문을 열었다.

안양파빌리온의 공원도서관은 공공예술 관련 도서2000여 권이 구비된 국내 최초 공공예술 전문 도서관이다. 또한 2005년부터 시작된 APAP에서 만들어진 예술작품의 도면, 스케치, 작가와 주고받은 서신 등 관련 자료들이 정리된 ‘아카이브(기록 보관소)’가 마련돼 있어 공공예술에 대한 모든 기록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다.

또 안양예술공원 내 등산로를 따라 APAP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APAP 작품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해, 공공예술 전문 도슨트(작품해설사)를 통해 미술작품에 대한 설명과 함께 미술사, 건축, 안양의 역사까지 풍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곁들여 참여자 맞춤형 해설을 진행한다.

주소 경기 안양시 만안구 예술공원로 180
문의 031-687-0548 (안양공공예술기획단)
입장료 무료(APAP 작품 투어시 관람료 1000원)
‘APAP(안양 공공예술 프로젝트) 작품 투어’ 이용 안내
   수~일 : 오전 10시~오후 6시 / 목 : 오전 10시~오후 9시
휴관일 월요일 휴무 / 1월 1일, 설과 추석 당일 휴무

고종 황제의 서재에서 역사책을 읽으며 당시 문화의 향기를 깊이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경복궁에 자리 잡고 있는 집옥재가 4월 말 조선시대에 특화된 작은도서관으로 개관했다. 1891년 경복궁 내에 건립된 집옥재는 고종의 서재이면서 외국 사신 접견 장소로 사용되던 곳이다.

집옥재 작은도서관은 집옥재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여기에 한국 목재와 한지로 디자인한 서가와 열람대 등을 배치해 궁궐의 아름다움과 멋을 느낄 수 있다. 집옥재에는 조선시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역사, 인물, 문화 관련 도서 1000여 권과 원래 집옥재에 보관되고 있던 왕실자료의 영인본 350여 권뿐 아니라 외국인을 위한 우리 문학책 번역본 230여 권도 함께 구비했다. 북카페로 꾸민 팔우정에서는 궁중다과와 책을 함께 즐기며 고궁에서의 여유로운 시간을 누릴 수 있다.

집옥재 작은도서관은 앞으로 장서각의 고문헌을 활용한 왕실문화 대중 강좌를 개설해 이용객들과 함께 인문학과 우리 역사에 대한 나눔도 이어갈 계획이다.

주소 서울 종로구 사직로 161(경복궁 내)
문의 02-3700-3900
입장료 경복궁 입장료 3000원
이용시간 3~11월 : 오전 9시~오후 5시 30분(경복궁 개관 시간 내)

꿈나무들이 매일매일 들르고 싶어 할 도서관도 있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자리한 둘리 유아숲체험장에 이색 버스도서관인 ‘둘리마을 붕붕도서관’이 지난 4월 개관했다. 둘리마을 붕붕도서관은 구에서 아이들에게 신기하면서도 즐거운 버스도서관을 만들어주자는 취지로 탄생하게 됐다. 이색적인 버스도서관은 폐차 예정이던 직원 통근버스를 개조해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도시 생활로 자연에서 흙놀이를 하고 독서를 할 만한 여유가 없었던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책을 즐길 수 있다. 주중에는 관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단체로 오고, 주말에는 가족 단위로 도서관을 찾는다. 둘리마을 붕붕도서관은 1500여 점의 책을 비롯해 이색 서가, 미끄럼틀, 유아볼풀 등 독서와 놀이의 경계 없이 아이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또 공원에서 뛰놀고 책을 즐길 수 있도록 돗자리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주소 서울 도봉구 쌍문동 산82번지(유아숲체험장 내)
문의 02-901-5193
입장료 무료
이용시간 오전 11시~오후 5시(월요일, 법정공휴일 휴무)

서점이 사라지는 시대. 서점을 같이 한번 다시 일으켜보자는 의미에서 탄생한 ‘다시서점’에는 시의 향기와 여유가 가득하다. 다시서점은 서울 이태원 골목 지하 조그만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다시서점 김경현 대표는 독립출판물을 직접 발행하면서 시와 수필 위주로 개성 있는 독립출판물들을 진열해놓았다.

특별히 시집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냐고 물었더니 “내가 가장 알아가고 싶은 분야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장르는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 시는 그렇지 못하다“며 “이곳에서만큼은 시를 통해서만 맛볼 수 있는 여유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시를 어렵게만 생각하는 이들도 이곳에서는 친근하게 시에 다가갈 수 있다. 유머러스하게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낸 시와 여행 에세이, ‘중국스러운’ 한국을 담은 엉뚱한 여행안내서 등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책들이 많다. 이곳에는 20대 초·중반 여성 손님이 많고, 또 주변에 사무실이 있는 직장인들도 오가며 많이 찾아온다.

다시서점은 낮에는 서점, 밤에는 주점(Bar)이 된다. 낮 12시에 문을 열면 오후 6시까지는 차와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고, 밤에는 술에 책을 안주 삼아 즐길 수 있다.

서점 주인 김 씨에게 동네서점이 사람들에게 주는 의미를 물었다. 그런데 그는 갑작스럽게 동네서점이 망해가는 순서가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좋은 책 위주로 진열해놓다가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 위주로, 이후엔 참고서와 학습지 위주로, 그것도 힘들게 됐을 땐 문구류를 함께 구비하고, 문구류도 잘 팔리지 않게 되면 떡볶이, 아이스크림까지 팔다가 결국 서점의 의미가 퇴색되고 사라져버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네서점이 그렇게 사라져버린 것은 서점 주인이 운영을 잘 못해서일까, 아니면 책을 읽지 않는 우리 동네 사람들 때문일까 생각해볼 문제“라며 묵직한 숙제를 내주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어릴 적 책 읽고 노는 공간이었던 동네서점이 없어지면서 우리 사회는 더욱 삭막해졌다고 말했다. 지금 다시 우리에겐 동네서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김 씨는 앞으로 “동네서점으로 부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책을 많이 사서 그 책으로 마음의 부자가 되고, 또 책을 팔아 번 돈으로 직원들에게 월급도 주고 동네서점을 더욱 활성화하는 것이 꿈“이라며 다시 동네서점들이 활기를 띠는 미래를 꿈꾸는 듯했다.

숲속작은책방은 충북 괴산의 작은 산골마을인 미루마을에 있는 가정식 서점. 말 그대로 자연 속에 책방이 있다. 주인 부부가 사는 집을 개방해 운영하는데 하루 이틀 독서 삼매경에 빠지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 북스테이와 민박을 함께 하고 있다. 이곳은 지역주민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일부러 찾는다. 특히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고 싶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들르는 경우가 많다.

숲속작은책방에서는 책을 읽는 형식도 모습도 구애받지 않는다. 피노키오 오두막에서 책을 보고, 조금 지겨우면 해먹에 몸을 누인 채 보고, 아이들과 다락방에 올라가 오붓하게 아기자기한 인형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을 수도 있다. 그리고 독서 삼매경에서 헤어나올 때쯤 시골 마을을 산책하며 이야기꽃도 피울 수 있다.

책은 매번 같은 장르가 아닌, 시기별로 중요한 이슈에 맞춰 준비하기도 하고 책방 주인이 추천하고 싶은 책들을 진열해놓는다. 그렇기에 매번 갈 때마다 주인의 고민의 흔적이 묻어 있는 책들을 만날 수 있다.

숲속작은책방의 주인 부부는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 〈작은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들은 우리나라에 펼쳐낼 새로운 책공간의 고민을 안고 유럽 곳곳에 숨어 있는 책공간을 여행하기도 했고, 사립 어린이도서관을 만들 만큼 우리나라 책문화를 살리는 데 공을 들여왔다. 숲속작은책방 김병록 대표는 “불확실한 사회,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인간성을 찾기 위해서는 다시 책을 들어야 한다“며 “자라나는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책도 재미있는 매체임을 알리는 것, 그것이 우리 책방에서 꿈꾸는 그림“이라고 말했다.

충남 천안시 원도심이었던 명동 거리에서 중앙시장으로 가는 골목길에 수상한 간판이 있다. 허송세월. 동네책방 이름이다. 허송세월이라는 책방 이름의 의미를 묻자 주인 박소산 씨는 “부모님에게 많이 듣는 이야기“였다고 답했다. 바빠 보이긴 하지만 특별히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이력을 쌓는 것도 아닌 자식의 상황을 “허송세월 보낸다“고 하는 부모님의 말씀에, 오히려 이럴 바에는 본격 허송세월해야지라는 ‘선언’의 의미에서 만든 이름이라고 했다. 또 요즘 사람들을 보면 너무 바쁘게만 사는데, 속도를 늦추고 자신의 속도를 찾는 장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허송세월’ 책방을 열게 됐다.

허송세월에서는 독립출판물과 문학, 인문학 서적을 주로 팔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새 책과 헌책을 함께 판다. 그래서 똑같은 책도 가격대가 다를 수 있어 사기 전 주인에게 가격을 물어봐야 한다.

허송세월은 동네서점답게 지역주민들과 이웃의 정을 나누고 있다. 박 씨가 책방을 개업했을 때 떡을 돌렸는데 다들 접시를 돌려주면서 휴지를 한 박스씩 사다줘 2년 쓸 휴지가 생겼을 정도였다. 이제 허송세월은 골목 상인들과 인사도 하고, 택배도 대신 맡아줄 만큼 든든한 가족이 됐다. 특히 그는 시장을 가다가 들러 책을 읽는 가족 손님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박 씨는 앞으로 “사람들을 느린 골목과 느린 책방에 초대해 책 읽을 시간을 갖게 해주면서 삶의 여유를 찾게 해주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바쁜 일상을 잠깐 접어두고 우리 이웃들이 사는 골목 어귀 책방에서 삶의 여유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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