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읽는 시민, 즐거운 기억과 경험이 만든다
(문화)책 읽는 시민, 즐거운 기억과 경험이 만든다
  • 이정우 기자
  • 승인 2016.05.19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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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한국//이정우기자)

                                                                                        

한미화 출판평론가

어쩌다 보니 책 읽기가 직업이다. 그럼에도 종종 책 읽기가 고통스럽다. 두툼한 책을 하루 만에 읽고 급하게 리뷰를 써야 할 때, 평소 즐겨 읽지 않는 낯선 분야의 책을 읽을 때 그렇다.

아이 역시 책 읽기를 싫어한다면 이유가 있다.

억지로 하는 숙제이거나 어려운 책이라면 읽기는 고통스럽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아이는 책과 멀어진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현란한 독서 테크닉이 아니라 책 읽기에 관한 즐거운 기억과 경험이다.

‘책도 읽을 만하구나’ 하고 느끼도록 이끄는 것이 먼저다.

초등 1~2학년 정도까지는 부모가 꾸준히 그림책이나 동화를 읽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막상 실천해보면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독서습관을 길러줌은 물론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가져다줄 수 있다.

부모가 책 읽어주는 소리를 듣고 자란 아이라면 독서습관 때문에 크게 고민할 필요도 없다.

스스로 읽게 하려면 먼저 아이의 독서 수준을 알아야 한다.

학년이 높아도 독서력이 낮다면 제 학년보다 낮은, 만만한 책부터 읽게 해야 한다. 그러면서 서서히 수준을 높여가는 게 좋다. 일테면 준비운동이다. 이때 이왕이면 아이가 소리 내어 책을 읽는다면 더 좋다.

요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라 이나 같은 학습만화에 일찌감치 빠져든다. 만화는 글과 그림을 함께 보는 장르이고, 특히 이미지는 즉각적인 전달력이 높다. 글을 제대로 읽지 않고 그림만 봐도 이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글을 대충 읽는 습관이 몸에 밴 아이들이 많다. 소리 내어 읽으면 이런 습관을 고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눈으로 빨리 읽는 데 익숙해진 아이는 소리 내어 읽기를 귀찮아한다. 이럴 때는 할 수 없이 부모가 큰 소리로 책을 읽어줘야 한다. 잘 읽는 소리를 많이 들어야 잘 읽을 수 있는 법이다.

누구나 처음 책을 읽을 때는 난독과 다독의 시기를 거친다. 위대한 학자나 책벌레라고 해도 처음부터 이나 를 읽었던 것은 아니다. 대개 추리소설이나 만화 등에 재미를 붙여 읽어가다 조금씩 수준 높은 독서의 세계로 빠져든다. 아이들 역시 처음에는 흥미진진한 동화를 읽으며 일정한 독서량을 쌓아야 한다. 그래야 요즘 하는 말로 ‘책 읽는 뇌’가 만들어진다. 저학년이라면 송언, 김리리, 심윤경, 로알드 달, 비버리 클리어리의 생활동화를 권한다. 고학년이라면 김진경, 앤드루 클레먼츠, 루이스 새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등의 동화를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많은 부모가 걱정하는, 만화만 보는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드라마를 봐야 수다공동체에서 왕따를 당하지 않듯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금지하면 아이는 숨어서 만화책을 본다. 그러지 말고 만화책 읽는 시간을 정하거나 읽기 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주제가 있다면 그 분야부터 읽는 것이 쉽다. 이미지에 익숙해져 읽기를 힘들어한다면, 먼저 영화를 보고 원작동화를 읽는 방법을 활용해도 좋다. 올여름 개봉 예정인 스티븐 스필버그의 ‘BFG’를 먼저 보고 원작동화인 로알드 달의 을 읽는 식이다.

사실 아이들의 독서는 발달 단계에 따라 조금씩 성장한다. 아이들이 이상한 책을 읽는 것은 대부분 성장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그보다 책 읽기가 즐거울 수 있도록 이끌어주길, 그래야 아이들이 책의 시민으로 자란다.

글 · 한미화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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