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北 실상 담은 영화 ‘태양 아래’ 큰 울림
(외교)北 실상 담은 영화 ‘태양 아래’ 큰 울림
  • 이정우 기자
  • 승인 2016.05.1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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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한국//이정우기자))

지난 6일 개막한 북한 제7차 노동당 대회가 4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9일 폐막됐다. 36년만의 당 최대 행사라는 북한 당국의 선전과 달리 초라한 집안 잔치로 끝난 형국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비롯된 UN의 고강도 제재 등 그 어느 때 보다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하나부터 열까지 거짓과 조작으로 점철된 북한의 실상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태양 아래(Under the Sun)’가 눈길을 끌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태양 아래(Under the Sun)’ 스틸(사진=에이리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특히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탐정 홍길동’ 등 거대 자본이 투입된 상업 영화들의 거친 파고 속에서도 지난달 27일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톱10에 올라 ‘제2의 귀향’이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태양 아래’는 ‘북한판 트루먼쇼’라고 빗댈 만하다. 1998년 피터 위어 감독이 제작한 ‘트루먼 쇼(The Truman Show)’는 자신의 모든 삶이 24시간 생중계된다는 사실을 오직 자신만 모르고 있었던 트루먼(짐 캐리)이 진실을 알고 새 인생을 찾아 탈출을 시도한다는 내용의 SF코미디 영화다.



‘태양 아래’는 영화가 아닌 현실 속에서 행동은 물론 생각마저 통제되고 조작되는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가 바로 북한임을 고발한다. 특히 북한의 오랜 우방국이라 할 수 있는 러시아 출신의 비탈리 만스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그 파장이 더욱 크다.

영화 ‘태양 아래’를 제작한 비탈리 만스키 감독(사진=에이리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원래 제작 배경은 이랬다.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등을 제작해 온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러시아와 북한 정부의 지원을 받아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 행사를 준비하는 북한 평양 주민들의 일상을 담기 위해 1년간 방북했다.



그런데 제작 첫 날부터 북한의 실상에 몸서리를 치는 일을 경험했다. 제작 당시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여덟 살 여자 어린이 진미의 집이 하루아침에 새로 지은 대형 아파트로 바뀌고, 진수성찬이 차려진 밥상이 있는 부엌에는 흔한 식기 하나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 실제 신문기자였던 주인공 아버지의 직업도 의류공장 노동자로 바뀌는 등 북한 당국이 이미지 조작과 체제 선전을 위해 적극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뿐만 아니라 북한 당국의 계속된 조작과 감시, 의도된 연출과 검열에 회의를 느낀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급기야 제작 노선을 바꿔 북한의 실체를 전 세계에 고발하기로 마음 먹고 복사본 밀반출이라는 목숨을 건 시도 끝에 92분 분량의 영상을 세상에 내놓았다.

하지만 뒤늦게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북한의 반발과 협박으로 인해 러시아에서 조차 개봉하지 못했던 이 영화는 최근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제21회 빌뉴스 영화제 발틱 게이즈 경쟁 부문’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제40회 홍콩국제영화제 기록영화 경쟁 부문’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으며 북한 정권의 민낯을 세계에 알린 작품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달 27일 세계 최초로 남북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에서 개봉하기에 이르렀다.

개봉 하루 전날인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기자 시사회 및 간담회에 참석한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한민족 간의 재앙을 그린 이 영화를 한국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 기쁘고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개봉 소감을 밝혔다.

영화 ‘태양 아래(Under the Sun)’ 스틸(사진=에이리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이어 “소련에서 태어나 공산주의에 관심이 많다. 자국의 역사와 가족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에 가서 작품을 촬영하게 됐다. 하지만 주인공인 여덟 살 소녀 진미가 소년단에 들어가기 위해 1년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북한 당국의 실체를 발견하고 이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제작 노선을 바꿨다”고 작품 기획 배경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또 “촬영 당시 100% 당국 통제 하에 진행됐기 때문에 찍고 싶은 건 하나도 찍지 못했다. 통제 없이 찍을 수 있었던 유일한 장면은 호텔 창을 통해 바라본 바깥 풍경과 마지막에 진미가 울면서도 ‘소년단 가입 선서’를 기계적으로 외는 장면뿐이었다”라며 제작 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특히 “북한에 살지 않는 사람들이 자신이 누리는 자유와 삶에 감사하고 북한 땅에서 일어나는 반인륜적인 일을 알게 된다면 이 영화의 목적은 달성된 거라 믿는다”면서 영화 속 실존인물인 진미와 진미 가족의 안전을 위해 더 많은 이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길 바란다는 부탁을 잊지 않았다.

“진미와 진미 부모가 모두 무사하길 바란다. 나에게는 진미와 연락할 수 있는 전화, 인터넷 등의 소통 정보가 전혀 없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보내주는 이 영화를 향한 관심이 진미 가족의 안전을 보장해주길 바란다. 한국 언론의 관심도 진미 가족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관람 문의 배급사 더픽쳐스(070-7500-7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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