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특집] 화투 대신 예술‧운동… 서울시, '경로당 놀이 프로그램' 개발(노년 삶의 가치창조)
[어르신 특집] 화투 대신 예술‧운동… 서울시, '경로당 놀이 프로그램' 개발(노년 삶의 가치창조)
  • 황문권 편집장
  • 승인 2016.03.3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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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 나들이 프로그램

[서울시정일보 황천보기자] “저희 어머니가 경로당에서 화투 외에도 즐기면서 하실 수 있는 놀이나 디자인된 프로그램을 마련해주세요”

서울시가 시민제안 사이트인 천만상상오아시스에 올라온 한 시민 제안에 착안해 어르신들이 소통과 놀이를 통해 신체적 건강과 정서적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경로당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최근 고령화 추세가 계속되면서 지역사회 내 어르신들의 문화생활공간이자 소통의 장으로서 경로당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내에는 총 3,229개('12년 기준) 경로당이 있고 이용 어르신은 14만 명에 이르고 있다.

현재 서울인구의 10명 중 1명 이상이 65세 이상 어르신으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를 시작으로 '19년에는 고령화사회(전체 인구 중 어르신 비율 14%)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는 신개념 경로당 놀이 프로그램 '너나들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가족, 학생, 부녀회, 자원봉사단, 지역단체 등 누구나 이 프로그램을 경로당에 적용‧활용할 수 있도록 세부 내용을 담은 매뉴얼을 제작, 온라인으로 배포한다고 31일(목) 밝혔다.

  

  '너나들이'란 서로 '너', '나'하고 부르며 터놓고 지낼 정도로 허물 없이 가까운 사이라는 뜻을 가진 순 우리말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들이 경로당 안에서는 친구들과, 경로당 밖에서는 가족, 지인들과 너나들이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시는 천만상상오아시스에 올라온 시민 제안에 대해 공공성, 필요성, 확장가능성, 지속가능성, 시민공감도, 디자인 해결가능성 등을 심사하고, 작년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서초구립 기녕당 경로당에 시범 적용해 '너나들이 프로그램'을 최종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경로당 어르신, 디자인 전공 대학생, 방배본동 새마을 부녀회, 서초고등학교 봉사단, 한국방과후교육협회 등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했으며, 구청, 주민센터, 복지관의 협조와 복지, 재활 분야 전문가 자문도 받았다.

[좌] 혼자 조용히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힐링존 [우] 손바닥·발바닥 운동을 통해 건강해지는 ‘건강존’

   '너나들이 프로그램'은 간단한 공간 변신만으로 스트레스 해소와 자발적 신체활동을 유도하는 ①힐링존 ②건강존과, 활동을 통해 자연스러운 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③고향 나들이 ④나들이북 만들기 등 4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평소 신체활동이나 강의 같은 경로당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어르신들이 마땅히 참여할 활동이 없어 대부분 앉아서 화투를 치거나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점에 착안해, 자연스럽게 어르신들의 활동을 유도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을 활성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힐링존'은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혼자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경로당 한켠에 1인용 암체어와 CD플레이어, 헤드폰을 갖춘 공간이다.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단체활동도 중요하지만 혼자서 쉴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도 필요하다는 전문가 자문을 반영한 것.

'건강존'은 앉아있는 시간이 많은 어르신들이 팔다리를 움직이며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어르신들이 자주 드나드는 출입구 또는 화장실 근처 벽에 손바닥 스티커를, 바닥에는 발바닥 스티커를 각각 10개씩(1번~10번) 부착해 번호에 따라 손과 발을 짚으며 가벼운 운동이 가능하다.

   '고향 나들이'는 회상을 주제로 색연필과 스티커 등을 이용해 고향지도를 그려보는 집단 미술활동이다. 기억 속 고향을 그려봄으로써 자아정체감을 형성하고,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경험, 과거, 흥미 등을 서로 이야기함으로써 친밀감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범 진행한 기녕당 경로당 어르신들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완성된 고향지도를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에게 편지로 보내기도 했다. 어르신들은 미술활동을 통해 내면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냄으로써 자신을 돌아보고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나들이북 상세 페이지

   '나들이북'은 그동안 누군가의 어머니, 할머니로 살아온 어르신을 인생의 주인공으로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이다. 어르신이 좋아하는 것, 경로당 친구들과의 일상,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등을 자원봉사자들이 인터뷰해 스토리북을 만들고 어르신에게 전달한다.

기녕당 경로당에서 나들이북 만들기에 참여한 두 명의 어르신은 자원봉사자들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사진을 보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들이북에 들어갈 화보촬영 때는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 교복을 입거나 손녀딸도 함께 참여하는 등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로당 프로젝트는 서울시가 작년 시작한 「1‧2‧d(일리있는 디자인)」 시범사업의 하나로 진행되었다. 「일리있는 디자인」은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시민이 제안하면 지역주민, 대학생, 디자이너, 분야별 전문가, 기업 같은 다양한 사회주체들의 소통과 참여로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거버넌스'다.

어르신들이 작성한 편지

   시는 '너나들이 프로그램' 매뉴얼 등 경로당 프로젝트 진행과정과 관련 자료를 「1‧2‧d(일리있는 디자인)」 공식 홈페이지(http://12design.co.kr)에 공유해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시는 올해도 경로당에서 적용 가능한 신체적·정서적 활동 프로그램을 추가 개발할 예정이며, 자치구 및 어르신 관련 복지기관, 단체 등을 통해 프로그램이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 확산할 예정이다.

   변태순 서울시 디자인정책과장은 “고령화사회를 맞아 경로당의 역할이 커짐에 따라 건강뿐만 아니라 정서적 측면에서 어르신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디자인 거버넌스 사업을 통해 시민이 제안하고 참여해 사회문제를 함께 해결해가는 디자인 사업을 다양하게 추진할 예정이며, 시민, 전문가, 자원봉사자 등의 많은 참여를 당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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