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파동역학의 눈으로 세상 살아가기 !!
[칼럼] 파동역학의 눈으로 세상 살아가기 !!
  • 황문권 편집장
  • 승인 2016.03.2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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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한국//박승민 논설위원]아인슈타인이 예언한 중력파에 대한 직접적 실험결과가 발표되면서 과학자들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활동하던 20세기 전반부는 격동의 시대였다. 그 당시 인류 역사를 뒤흔든 많은 역사적 사건들이 있었지만, 과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경천동지할, 정말 큰 ‘사건’은 파동역학의 탄생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입자라고 생각했던 모든 물질이 파동의 성질을 띄고, 빛과 같이 파동으로 인식되었던 것에서 입자의 성질이 발견된 것이다. 파동역학은 고전물리학적 사고를 뒤엎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그 후 시간이 지나면서 파동역학은 단지 하나의 이론이 아니라, 수많은 실험으로 입증되고 있다.

   파동역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세상을 이루는 물질이라는게 도대체 무엇인가?

그 가운데 하나인 인간이란 생명체는 무엇인가? 고등학교 화학시간에는 물질을 구성하는 원소들에 대해서 배운다.

 

  매스컴에자주 등장하는 원소들은 일반성인들에게도 익숙하다. 100여 개의 원소들 가운데 가장 작은 것은 수소이다. 그럼 수소 원자의 크기는 어떻게 될까? 우리는 학교에서 수소 원자의 반경은 보어 반경이라 일컬어지는 0.529 옹스트롬 (1 옹스트롬은 1억분의 1 cm이다)이라 배웠다. 즉, 크기가 정해져 있는 작은 구슬같은 존재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 작은 구슬, 즉 입자로 우리 몸을 비롯한 세상 만물이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파동역학은 이러한 믿음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수소원자는 가운데에 양성자인 핵이 있고 그 주위에 전자가 회전하며 전자가 핵 주변의 일정 궤도를 회전한다는 고전물리학적 사고가 틀렸다는 것이다. 파동역학에 의하면 수소원자에 속한 전자는 전 우주공간에서 발견될 확률이 있다. 왜냐하면 전자는 파동의 성질을 갖기 때문이다. (물론 원자핵 가까이에서 전자가 발견될 확률이 훨씬 더 크기는 하다.) 그렇다면 수소원자는 얼만한가? 우주 전체의 크기와 같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 몸은 수소 외에 탄소, 질소, 산소 등 여러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 수소 뿐 아니라 모든 원소들의 크기도 결국 우주 크기와 같다. 그렇다면 우리 몸은? 나라는 존재는? 즉, 나는 우주 전체에 퍼져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인간을 파동으로 이해하면, 너와 나는 분리된 생물학적 개체가 아니라 우주 공간 속에 혼재되어 있는 것이다. 내 안에 네가 있고 네 안에 내가 있음이다. 인간과 인간 뿐 아니라, 세상 만물은 서로 혼재되고 연결되어 있다는 얘기다.

   기존의 사고 틀 안에서 보면 너무 혼란스럽다.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인간 사고 체계 내에서 모든 걸 다 이해하기는 어차피 불가능해 보인다. 한편으론 우리 삶과 세상이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거라면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인간의 한계를 답답해하지 말고 겸손하게 능력 밖의 것으로 남겨두어도 나쁘지 않다.

 

  사유의 여백으로. 파동으로 보는 세상 뿐 아니라 나아가서 존재의 근원과 이유, 기독교의 하느님, 불교의 윤회, 영혼과 죽음 등 인간 경험과 지식, 사고의 범주를 초월하는 신비의 영역이 있음을 고백하면서. 청나라 순치제처럼 황제의 자리를 버리고 승려의 삶을 산다고 한들 세상에 대한 모든 의문이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생전의 나, 현생의 나, 사후의 나와 같이 그를 산으로 이끈 오랜 숙제에 대한 답은 그가 출가한 후에도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

   세상사는 일, 더구나 요즘처럼 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일은 쉽거나 마음편한 일이 아니다. 고전역학은 초기 조건이 주어지면 그 후의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단정적 프레임이지만 파동역학은 확률을 기술하는 좀 더 겸손한(?) 자세이다. 확실히 모르는 것을 명확히 안다고 하는 것은 오만이다. 존재와 세상에 대해 겸손하면서 그리고 너와 나를 완전히 가르지 않는 파동역학적 사고가 보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상대를 인식하고 나아가서 인간 사회의 갈등을 극복하고 화합의 길로 가는데 혹시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편 박승민 교수는 서울대학교 자연대 화학과 . 미국 Brown Univ 물리화학 박사. 한국화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대한화학회 국제협력위원회 위원. 한국학술진흥재단 전문위원 (Program Manager) .대한화학회 부회장 . 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 ( Review Board ) 현재 경희대학교 이과대학 화학과 교수 .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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